[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당신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평범한 애정 공세를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돌변해 당신을 하루 종일 따라다닙니다. 심지어 당신의 자취를 쫓다가 사고까지 내 당신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 사람을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룹 갓세븐의 멤버 잭슨이 공항 이동 중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평범한 교통사고가 아닙니다. 1일 오전 잭슨은 '2016 JYP 네이션 콘서트 믹스 엔 매치(NATION CONCERT MIX&MATCH)' 참석차 일본으로 출국했습니다. 이날 일정은 소속사인 JYP의 모든 아티스트가 콘서트에 참석하는지라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었죠. 사고는 잭슨의 뒤를 차량으로 따라오던 팬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JYP측은 “잭슨이 공항 이동 중 따라오던 팬 분의 차량에 의해 교통사고가 발생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죠. 일정 때문에 목적지 도착 후 바로 일본 병원으로 이동해 검사를 받았지만 콘서트 참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팬의 비뚤어진 행동이 아티스트의 활동에 차질을 빚게 만든 겁니다.
잭슨뿐만 아닙니다. 대부분의 K팝 가수들은 이른바 ‘사생팬’, 즉 사생활까지도 따라다니는 팬들에게 시달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을 넘어 시시각각 쫓아다니며 피해를 입히는 이들은 예전부터 유구하게 존재해왔죠. 해외 일정을 소화하는 K팝 아이돌이 ‘떴다’하면 그 쪽으로 와르르 팬 수십, 수백명이 뒤엉켜 몰려가는 일은 이제 인천공항, 김포공항에서는 흔한 풍경입니다. 심지어 공항의 풍경은 차라리 양반입니다. 같은 비행기를 예매해 일정을 따라다니는 것도 모자라, 멤버들의 옆자리를 예매하는 경우도 있죠. 이외에도 스타의 사생활을 따라다니며 개인적인 일정까지 방해하는 팬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러나 이들을 제지하기는 어렵기 그지없습니다. 익명의 소속사 관계자는 “사생팬도 ‘팬’이다 보니 대처 수위조절이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표했습니다. 스타가 이들을 밀쳐 내거나 거부감을 표했다 오히려 과잉 방어로 회자돼 오히려 뭇매를 맞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입니다.
스타를 사랑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애정을 빌미 삼아 상대에게 상처를 입힌다는 것은 안 될 말입니다. 사생팬에 관해 연예계 관계자들은 “과도한 애정은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 달라”고 입을 모아 호소하지만 딱히 별다른 방도는 없습니다. 이전부터 계속해 지적돼왔지만 딱히 법적 처벌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는 존재하지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이상한 그림.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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