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조우한 친족이라 해도 언성이 높아지는 이야깃거리가 있습니다. 바로 정치 이슈입니다.
‘밥상머리 정치’는 아무리 화목한 가정이라도 일단 한번 튀어나오면 논쟁으로 비화되곤 합니다. 다양한 소신과 해석, 입장이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지난 4.13 총선 이후 첫 회동(?)이란 점에서 이번 추석엔 보다 치열한 정치 썰전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과거 밥상머리 정치는 어르신들의 소산물처럼 여겨졌습니다만, 근래엔 젊은층에서도 정치적 소신을 갖기 시작하면서 연령대에 따라, 혹은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보다 다양한 정치 담론이 형성되는 추세입니다.
물론 정치이야기는 결론이 없습니다. 지난 설날에 미처 매듭짓지 못한 내용이 있을 테고, 이후 이슈가 된 새로운 정치계 사건·사고에 관한 토론도 있을 겁니다.
쿡기자가 추석 밥상머리에서 나올 법한 정치적 이슈를 뽑아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4.13 총선
금년 4월13일에 치른 총선에선 TK(대구경북), 전남 등 ‘콘크리트’로 여겨졌던 지역구에서 충격 혹은 혁신이라 할 만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한 토론이 밥상머리 최대 주제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젊은층 비율이 높은 서울에서 더불어민주당(더민주)가 압도적 성적을 거두는가하면 전라도 지역에서는 안철수·천정배 의원이 중심이 된 국민의당이 거의 모든 의석을 차지하며 ‘국회 대격변’을 일으킨 것에 대해서도 밥상머리 평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당(27%)이 더민주(26%)에 앞선 성적을 낸 것도 주된 안줏감이죠.
대표적인 ‘충격’은 대구에서 김부겸 더민주 의원, 전남 순천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된 것을 들 수 있겠는데요, 이 외에도 부산·경남 지역에서 김영춘 의원(부산진구갑), 민홍철 의원(경남 김해갑) 등 더민주 의원 8명이 내리 당선돼 자극점이 됐습니다.
이번 총선 결과는 특정 정당과 지역이 절대적으로 결부돼있다는 ‘지역주의정치’에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러한 탈 지역주의는 각 당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대표 선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TK 왕조’의 명맥을 이어오던 새누리당은 새 당대표로 전남 곡성 출신의 이정현 의원을, 더민주는 대구 달성 출신의 추미애 의원을 대표로 선출했죠.
이러한 상황에서 깜짝 당선의원에 대한 평가는 밥상머리 정치 논쟁의 핵심 화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남에서는 이정현 대표, TK에선 김부겸 의원과 추미애 대표에 대한 평가가 나오겠죠. 아울러 가장 많은 의석이 배정돼있는 수도권의 ‘새 바람’에 대해서도 꽤 격렬한 토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여소야대(與小野大)로 국회가 재편된 점 또한 뜨거운 주제거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출구조사에서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5석 내외의 박빙을 벌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실제 개표 결과는 더민주 123석, 새누리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이었죠. 현재는 다수 여당계 무소속 의원들이 복당절차를 밟음에 따라 새누리당(129석)이 더민주(121석), 국민의당(38석)보다 의석수가 많습니다만, 당초 새누리당에서 기대했던 과반 의석에 훨씬 못 미치는데다가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150석 이상을 가져갔기 때문에 국회 정국은 완전 뒤집혔다 할 만합니다. 밥상머리에서는 여소야대 구도에 대한 평가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말 리더십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하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슈가 또다시 정치·사회적 쟁점이 된 가운데 사드의 한반도 배치 적절성과 부지 선정의 공평성 등이 추석 밥상머리에서 나올 공산이 큽니다.
한반도 사드 배치는 남북관계뿐 아니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상당히 민감한 사안입니다. 게다가 여야는 사드 배치를 놓고 상이한 당론을 내놓고 있죠.
최초 사드는 경북 성주 성산포대에 배치될 예정이었지만 지역주민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제3부지 논의로 결정이 번복됐습니다. 그러면서 나온 부지 대안이 성주 북단의 한 골프장인데, 전자파 피해의 당사자가 된 김천시 주민들은 원정 시위에 나서며 결사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죠.
국방부는 지역갈등 조율의 거대한 벽에 직면하게 됐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사드배치에 대해 국민적 반대가 만만찮다는 겁니다. 한반도 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합의 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김광진 전 의원은 사드가 대륙간 장거리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레이더인데, 아직 실전배치 된 적이 없는데다가 제작사조차 실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습니다. 더구나 북한이 한반도에서 핵을 사용할 경우, 이는 미사일 형태가 아닌 공중 투하하는 형태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실제 핵미사일 방어에 사드가 제 역할을 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죠.
하지만 국방부는 이러한 논란거리를 남겨두고 다소 단호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드 부지의 당사자가 된 성주·김천 주민뿐 아니라 국민 상당수는 보다 합리적이고 다각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죠. 반면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이들은 북한의 잦은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충분한 명분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국방부는 사드를 배치할 제3부지에 대한 실사를 이미 마쳤고, 그 결과를 추석 연휴 직후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연히 추석 밥상머리에선 사드배치의 실효성과 부지선정의 공평성 등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개헌론
대통령 중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론은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 화제입니다.
‘개헌론 선봉장’격인 정세균 국회의장은 “제왕적 권력을 독점한 정권이 국민을 위해 정치를 못하는 상황을 끝내고 삼권분립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개헌론에 강한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그는 대통령 5년 단임제 채택 후 6명의 대통령이 지나갔는데, 누구도 확실한 성공을 거뒀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제도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적 개헌을 통해 지방자치에 좀 더 힘을 실어야 한다고 역설했죠.
하지만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개헌론이 특정 정권이나 정당, 정치인 주도로 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개헌이 ‘블랙혼’ 같이 되지 않도록 기준과 방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개헌 자체에는 부정하지 않으나, 학계와 정치권의 고른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거죠. 이는 정 국회의장과 더민주를 중심으로 개헌논의가 이뤄지는 데에 제동을 건 발언입니다.
5년 단임제를 6명의 대통령이 거쳤기 때문에 개헌론은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헌이라는 주제가 매우 민감한 사안인데다가 어느 인물이나 정당이 주도하는지 여부도 꽤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밥상머리에서도 대립각이 세워질 가능성이 큰 주제라 할 만합니다.
대선주자
차기 대선주자 전망은 빠질 수 없는 밥상머리 정치 이슈 중 하나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야권이 주도권을 쥐었다 한들, 대권 또한 가져가리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야권을 중심으로 다수의 유력자들이 ‘대선 커밍아웃’을 하는 상황에서, 야권분열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죠. 이 가운데 누가 대선주자로 가장 적합한지를 따지는 건 밥상머리 토론의 빠질 수 없는 주제입니다.
최근 여론조사는 차기 대통령 선거가 얼마큼 박빙인지를 보여줍니다. 12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9월 첫째 주 주간 집계에 따르면 여권의 대선주자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2.8%로 6주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충청대망론’을 등에 업은 반 총장이 대권 주자로 연신 거론되자 한때 그의 방한과 발언, 만나는 사람 등 하나하나가 화제가 됐죠.
문재인 전 대표는 같은 당 소속 경쟁 주자들의 잇따른 대권 도전 선언 속에서 하락세입니다. 반 총장과 오차범위 밖인 18.0%의 지지율을 보였습니다. 그 뒤로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10.4%), 박원순 서울시장(5.9%),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4.3%), 오세훈 전 서울시장(4.3%),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4.2%), 이재명 성남시장(3.7%), 안희정 충남지사(3.2%) 등이 있었습니다.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렇듯 여론조사에 의하면 여권은 반 총장이 원탑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야권의 대권경쟁이 두드러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조사는 절대적인 게 아닙니다. 추석 밥상머리에선 차기 여야 대선주자로 누가 적합한지, 그리고 실제 누가 대통령감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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