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12일 저녁 8시30분께 규모 5.1, 5.8 지진이 경주 일대를 강타하자 부산·울산 등을 중심으로 나돌던 ‘지진 전조현상’ 괴담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인데다가 두 달여 사이 규모5 이상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자 일대 주민들의 불안은 극한에 달했다.
지난 7월21일 오후 5시경 부산 해운대구 중동과 남구 용호동 등에서 “원인 모를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119, 112, 부산도시가스 등에 다수 접수됐다. 23일엔 울산에서도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20건 이상이 접수됐다.
23일에는 한 네티즌이 SNS를 통해 광안리 백사장에서 수십만 마리의 개미떼가 이동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앞서 가스냄새 파동으로 ‘대지진 괴담’이 부산 전역을 뒤흔들던 터라 개미의 대이동이 지진 전조 현상의 또 다른 징표가 아니냐는 루머가 급속도로 퍼졌다.
당시 개미의 대규모 이동 사진을 올린 이는 “개미가 지진을 피해서 어디론가 가는 게 아닌지…”란 말과 함께 #광안리 해수욕장 #지진 전조 현상 #서울로 가자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 외에도 한 부산 거주자는 SNS를 통해 평소 보이지 않던 심해어가 잡혔다며 인증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부산 거주 네티즌들은 “지진 전조현상이 맞는 것 같다” “안전 불감증은 무서운 재앙을 초래한다” “빨리 다른 지역으로 대피해야 하는 거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민안전처는 의문의 가스냄새는 연료 등 가스에 냄새구별을 위해 주입하는 ‘부취제’로 추정, 공단 등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기상청은 또한 “최근 부산 가스 냄새가 ‘지진 전조현상이 아닌가?’하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어 알려드린다. 한마디로 ‘지진 전조 현상’이라는 것은 없다. 부산 가스 냄새도 ‘지진’과는 전혀 상관없으니 혼란 없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수영구청의 한 관계자는 개미의 대규모 현상에 대해 “올해뿐만 아니라 매년 장마가 끝나면 백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라며 “장마 직후가 개미 번식기인데 이때 개미들이 먹이를 찾아 떼를 지어 이동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렇듯 유관기관들의 발표와 과학적 근거 부족 등이 연이어 나오며 당시의 지진 괴담은 루머로 매듭지어졌다. 그러나 불과 두 달여 만에 부산·울산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경주에서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자 괴담은 다시금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산 거주 한 시민은 “당시 국민안전처나 기상청의 발표는 설득력이 없었다. 이들은 명확한 원인 규명보다는 추측성 해명을 통해 지진과의 연관성을 명확히 단절시키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울산 거주민이라는 한 SNS 유저는 “이렇듯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건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더 큰 지진이 올 수 있다는 경고메시지”라고 평가했다.
한 경주 시민은 “이렇게 지진을 체감하고 나니 지진 전조 현상과 관련된 괴담들을 그저 루머로 흘려들을 수 없다”면서 “믿을 수 있는 얘기를 기상청이든 어디든 빨리 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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