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얼마 전 더울 때 아이들도 1인 시위를 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하려고 했던 이유도 법제정과 더불어서 우리 사회 속에 깊숙이 박혀있는 ‘차별의식’과 앞으로 긴 싸움을 해야 한다고 봤거든요”
지난달 14일부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국회 정문에서 진행해왔다. 당초 한여름부터 시작된 탓에 참가자가 적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학부모, 교사, 일반 시민 등의 자발적인 참여도가 높아 시위는 어느덧 12주째에 접어들었다.
“행복사회 덴마크를 취재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에서 한 식당종업원인 중년 남자가 고졸출신의 열쇠수리공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며 ‘우리 아버지 때만 해도 직업의 귀천이나 빈부격차, 차별이 있었지만 지금 자기들은 아이들과 평등한 행복을 누린다’고 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 제 아이들도 부모가 될 때 쯤 ‘우리 부모와 함께 노력한 결과 지금 우리들이 누리는 평등사회가 온 것’이라고 자녀들에게 얘기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며 나왔습니다”
두 아이와 함께 시위현장에 나온 엄마는 세대에 걸친 노력이 지속·반복돼야만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4월26일 국민운동을 공식 선언하고 이후 출신학교 등급제 비판 기자회견, 학교차별 홍보 실태 조사 발표, 학벌사회 강의, 상반기 공기업 채용분석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이러한 영향 때문일까. 지난 6일엔 더불어민주당 사교육대책 TF는 ‘출신학교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운영하는 카페는 어느덧 회원수 42000명을 훌쩍 넘긴 중대형 커뮤니티가 됐다. 일일 방문자수도 꾸준히 1000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사교육 반대운동은 전방위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
단체는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은 상급학교 입시와 채용 시장에서 출신학교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 법률의 주요 내용이다”면서 “입시와 채용시장에서 학벌 차별이 없어지면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사교육비의 대부분을 줄일 수 있으며, 성적으로 줄 세우는 점수 경쟁을 감소시키고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교육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이 주장하는 ‘5대 입법 요구사항’은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 제정 ▲ 입시와 채용에서 출신학교 기재 금지 ▲ 지방대 35% 채용 할당 의무화 ▲ 고졸 20% 채용 할당 의무화 ▲ 취업과 승진에서 특정대학 독식 방지 등이다.
1인 시위에 참여한 서울 동작의 김관순씨는 “모 고위공무원의 ‘개·돼지’ 발언은 학력과 학벌 차별적인 생각들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면 안 돼'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만 한다고 사람들이 알아줄 것 같지 않아서 1인 시위에 나셨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의 이재현씨는 “출신학교 차별로 인한 경쟁으로 결국 차별받지 않기 위해 억지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자기가 원하는 공부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사회에서 만든 차별로 인해 그저 사회에 비위맞추는 공부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더 이상 누군가를 의식하는 공부가 아닌 진정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를 하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선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이 먼저 제정되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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