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슈틸리케, ‘환호’와 ‘야유’가 한 끗 차이임을 깨닫는 데 1년 걸렸다

[친절한 쿡기자] 슈틸리케, ‘환호’와 ‘야유’가 한 끗 차이임을 깨닫는 데 1년 걸렸다

기사승인 2016-10-13 14:33:31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지난해 한국에 각종 신기록을 안겨주며 환호성을 받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불과 1여년 만에 여론의 몰매를 맞고 있습니다. 월드컵 진출여부를 결정하는 최종예선에서 연이어 좋지 않은 경기력이 나오자 슈틸리케 경질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환호성과 야유는 한 끗 차이라는 명언이 꽤 그럴싸하게 다가옵니다.

지난 11일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이란과의 4차전에서는 ‘유효슈팅 0개’의 기록으로 0대1 패배했습니다. 앞서 ‘승점’과 ‘원정 징크스’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던 슈틸리케였지만 경기 내용은 매우 무기력했습니다. 단 한 차례도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는데, 이걸 두고 슈틸리케가 “한국이 어떤 감독과 선수를 데리고 와서도 승리하지 못한 것엔 분명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면서 “우리에게는 카타르의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었다”고 말했죠. 

이란전 패배를 ‘한국의 징크스’와 ‘공격수 부재’로 돌리는 듯한 인상에 축구팬들의 비난이 쇄도했습니다. 특히 유효슈팅 0개 기록이 단순 공격수 부재로 돌릴 수 있는 문제인가, 경기 정체적인 열세가 공격력 부재로 이어진 것 아닌가란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전술에서 뒤진 게 점유율 열세로 이어졌고, 이것이 유효슈팅 0개의 결과를 낳았다는 겁니다.

슈틸리케호의 부진은 이번 이란전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9월 1일과 6일에 진행된 중국, 시리아와의 1, 2차전에서 각각 3대2, 0대0의 성적을 냈는데, A조에서 비교적 약체로 평가받는 두 팀에게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불안을 자아냈습니다.

중국과의 홈경기는 초반 3득점으로 우위를 점했으나 후반 2실점을 내리 허용하며 일순 수비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리아와의 경기에선 주도권을 쥐고도 좀처럼 공격찬스를 잡지 못하며 0대0 무승부를 거뒀죠.

지난 6일 열린 카타르와의 홈경기에선 3대2로 승리를 거뒀지만, 이 또한 매우 불안한 줄타기였습니다. 전반 선취골을 넣고도 내리 두 골을 허용하며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후반 지동원과 손흥민이 연속골을 터뜨리지 아슬아슬하게 1점차 승리를 따냈죠. A조 최약체를 홈으로 불러들인 것 치고 그다지 만족할만한 경기가 아니었습니다.

이란전 패배 후 이대로라면 한국은 가시밭길을 넘어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셔야할지도 모른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2승1무1패, 승점 7점으로 이란(승점10점), 우즈베키스탄(승점9점)에 이어 3위로 밀렸습니다. 조 3위를 기록할 시 B조 3위와 타대륙 와일드카드 팀과 단판제로 연달아 승리를 거둬야 하기 때문에 이는 매우 아슬아슬한 줄타기입니다.

과거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에서 최소 승점 22점을 따내야 본선에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그 말 대로면 남은 6경기에서 5승 이상을 거둬야 하는데, 홈 3경기에서 전승을 거두고 원정 3경기에서도 최소 2승을 거둬야 합니다. 그간 중동에서 약세를 면치 못했던 슈틸리케 입장에서 매우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돼있죠.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인 슈틸리케의 현 상황은 지난해와 비교해 매우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슈틸리케는 지난해 A매치 20경기 중 16승3무1패의 호성적을 거뒀습니다. 1패는 호주 안방에서 진행된 아시안컵 결승에서 개최국 호주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패한 게 유일합니다. 또한 지난해에는 경기당 평균 0.2실점을 기록, 피파 가맹국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외에도 17경기 무실점, 골득실 +40, 7경기 연속 무실점 등의 신기록을 세우며 ‘역대급 감독’이란 평가를 받았죠.

슈틸리케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축구종목으로는 가장 큰 축제인 월드컵 무대에서 궁지에 몰린 터입니다. 물론 매 경기 짧은 소집 기간도 있었지만, 어쨌든 역사는 기록으로 남습니다. 축구 팬들의 시선은 자못 진지합니다. 슈틸리케가 쏟아지는 질타를 환호성으로 바꿀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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