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안 사고 빌린다…'공유경제' 렌탈시장 급성장

[이슈분석] 안 사고 빌린다…'공유경제' 렌탈시장 급성장

기사승인 2016-10-24 18:08:48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소유보다는 빌리는 시대가 도래했다. 집과 가전부터 사무용품, 의류까지 빌려주는 서비스가 호응을 얻고 있다. 예전보다 1인이나 2인 등 소규모 가구가 늘고 작은 소호 벤처사업가들이 늘면서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빌려 쓰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24일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1년 19조5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렌탈시장이 올해 25조9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에는 새로운 형태의 렌탈2020년 40조1000억원 수준으로 재조정하는 등 렌탈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예상은 크게 차량 렌탈(11조4000억원), 사업기계 및 장비 렌탈(9조원), 개인 및 가정용품 렌탈(5조5000억원)으로 구분했다. IoT의 성장과 차량 렌탈 등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재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미래 불확실성이 늘고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나 개인의 만족을 높이는 스마트한 소비로 성향이 변화하고 있다"며 "이런 소비 성향을 반영해 필요할 때에 필요한 만큼만 빌려 쓰는 공유형 렌탈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렌탈 방식은 렌탈 제조회사로부터 직접 렌탈하는 방식이라면, 이제는 렌탈이나 공유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렌탈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집을 빌려주는 에어비엔비나 숙소를 찾아주는 호텔스닷컴, 트리바고 등의 사이트는 이제 너무나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분이 되고 있다. 

자동차 렌탈사업은 특히 활기를 띠고 있다. SK그룹이 지분참여한 쏘카와 롯데렌터카에서 운영하는 그린카 등은 점차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쏘카는 10분 단위로 빌려주는 방식이라 짧은 시간에도 편안하게 쓸 수 있다. 특별한 날에 쓸 수 있는 캠핑카, 리무진 등도 빌려주는 서비스도 실시되고 있다. 

가정용 렌탈 시장도 더욱 커지고 있다. 정수기와 비데 등을 렌탈하는 동양매직이 SK네트웍스에 비싼 가격에 팔린 것도 렌탈 시장의 인기를 방증한다. 앞으로 가전을 빌려쓰면서 매달 이용료를 내는 형태의 시장이 점점 더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자동차 정비 사업을 확장시킨 데 이어 앞으로 자동차와 가전 등 렌탈 사업을 그룹의 사업으로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이에서도 렌탈은 인기다. 11번가는 최근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안마의자, 메트리스 등 280여개 렌탈 상품을 선보이는 ‘생활플러스 렌탈샵’을 오픈했다. 각사가 제공하는 렌탈료 결제에 대한 기본 할인혜택에 더해 11번가가 추가로 2개월분의 렌탈료를 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전자업체도 마찬가지다. 엡손은 스타트업을 위한 무료 렌탈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규 사업자는 비즈니스 A3 복합기 렌탈 서비스를 6개월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웅진의 ‘클라우드 원팩’은 IT인프라를 갖추지 못하는 중소, 중견기업을 위한 클라우드형 통합 패키지다. ‘빌려 쓰는 전산 서비스인 이 패키지는 구축 교육기간이 한 달 반밖에 걸리지 않고 매월 지불하는 구조다.

패션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론칭한 롯데백화점의 ‘살롱 드 샬롯’은 셀프웨딩을 위한 드레스와 정장, 주얼리 등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이는 사회적기업들의 ‘열린옷장’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정장, 블라우스 등을 빌릴 수 있다. 주로 결혼이나 약혼 등 특별한 날에 쓸 수 있는 고가의 옷이나 소품들을 빌려주고 있다.  

SK플래닛의 11번가는 이미 일상복까지 빌려주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아이튠즈에서 어플리케이션 '프로젝트앤(ANNE)'을 다운받으면 월 정액료를 내고 아우터와 드레스 등 원피스, 백도 빌려 쓸 수 있다. 한 달에 8만원만 내면 4회까지 의류 교환이 가능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못 쓰게 되는 아기용품도 렌탈이 활발한 품목 중 하나다. 리틀베이비나 헤나토이, 마더밀크, 아이토피아 등 바운서나 모빌 대여업체는 부모들의 알음알음 소개로 대여가 활발하다. 

외국에서도 이 같은 렌탈 서비스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일본에서는 의류와 패션 아이템, 가전이나 아기용품을 빌려주는 디엠엠(DMM.com)이, 미국에서는 최신 카메라 및 렌즈, 웨어러블 기기를 빌려주는 루모이드(Lumoid)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에 상륙한 넷플릭스 또한 종합 컨텐츠 회사로 콘텐츠를 소유할 수는 없지만 월정액만 내면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하는 등 플랫폼 내에서 빌려주는 시스템이다. 멜론 등 음악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도 국내에서 자리잡은 상황이다.

11번가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소유보다는 사용가치에 우선을 두는 실용적 마인드가 확산되면서 렌탈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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