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시집 ‘다정’, ‘삼류극장에서의 한 때’ 등으로 이름을 알린 배용제 시인이 여성 습작생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했다는 폭로로 구설수에 올랐다. 문단 내 성추문이 잇따르자 권위적 상하관계가 고착화된 문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배용제 시인에게 문학 강습을 받았다는 문예창작과 학생 6명은 트위터를 통해 배 시인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금품을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주장에 따르면 배 시인은 ‘시 스터디 모임’을 운영하면서 미성년자인 습작생을 창작실로 한 명씩 불러 성추행을 하고 성관계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배 시인은 “너는 가슴 모양이 예쁠 것 같다. 만져도 되냐” “가끔 너와 자는 꿈을 꾼다” “남자친구가 생길 때까지만 관계를 갖는 것은 어떠냐”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학생 6인은 배 시인이 실제로 신체접촉을 했으며 완력을 이용해 성관계를 한 뒤 동의 없이 나체를 촬영해 협벽했다고 밝혔다.
문단 내에서 ‘등단 시인’은 가장 막강한 권력의 상징이다. 때문에 학생들은 배 시인의 강압적 태도에도 쉽사리 입을 열 수 없었다고 했다.
‘습작생4’라고 밝힌 한 학생은 “배 씨가 ‘내가 문단에서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 줄 아느냐. 내 말 하나면 누구 하나 매장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다. 나는 언론계와도 아주 잘 안다’면서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폭력을 가하려다 저지를 당하거나 그에 응하지 않은 뒤 멀어진 것을 배신이라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학생은 배 시인이 학생들의 부모로부터 돈을 빌리고 4년 넘게 갚지 않은 정황을 고발하기도 했다.
해당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배 시인은 26일 자신의 블로그에 해당 의혹을 시인하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배 시인은 “예고에 (강사로) 재직하던 수년 전부터 그만둔 후까지 폭력이라는 자각도 없이, 단 한 번의 자기 성찰도 하려하지 않은 채, 많은 일들을 저질러 왔다.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몇 차례에 걸쳐 돈을 빌리는 행위를 잘못이라는 자각도 없이 저질렀다. 반성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를 가르친다는 명목하에, 수많은 성적 언어로 희롱을 저지르고, 수많은 스킨십으로 추행을 저질렀다. 상처를 받고 아픈 시간을 보냈을 아이들에게 머리 숙여 속죄와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배 시인은 성관계를 요구한 사실도 인정하며 “내년에 출간하려 했던 소설과 산문집과 시집의 출간 등 모두를 포기하고 또한 공식적인 어떤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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