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총현장] "빨리빨리 하다가 갤럭시노트7 이렇게 됐다" 질타 쏟아져

[삼성전자 주총현장] "빨리빨리 하다가 갤럭시노트7 이렇게 됐다" 질타 쏟아져

기사승인 2016-10-27 16:16:31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빨리 하는 거 좋지 않습니다. 빨리빨리 하니까 갤럭시노트가 이렇게 되지 않았습니까."

27일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장. 프린팅사업부 분할에 대한 의견을 묻는 자리에서 발언권을 얻은 한 주주가 이 같은 말을 내뱉었다. 순간 주위에서는 정곡을 찌른 데 대한 웃음이 쏟아졌다. 이날 주총에서는 유례 없던 갤럭시노트7 리콜 이후 처음 개최되는 임시 주주총회이니만큼 삼성전자에 대한 애정과 우려 섞인 질타가 다수 쏟아졌다. 

이 주주로부터 이 말이 나오게 된 자세한 정황은 이렇다. 이 주주는 프린팅사업부 분할보다는 먼저 갤럭시노트7의 리콜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따져물었다. 또 프린팅사업부의 분할 및 매각 사안에 대해서는 자산가치와 매각가격, 감사기록 등에 대해 유인물로 약식으로라도 고지해 주어야 하고, 외부 회계기관의 감시감독이 꼭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다.

이 발언이 길어지자 주총 진행을 맡은 권오현 부회장이 회의 진행을 위해 발언을 자르려 했고, 서로 옥신각신하다 주주가 갤럭시노트7의 '빨리빨리' 일처리에 대해 일갈한 것이다. 

다른 주주들도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 섞인 지적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삼성전자 임원들의 반성을 촉구했다. 발언권을 얻은 또 다른 주주는 권오현 부회장의 태도에 대해 지적하며 "어려운 시기에 하는데 진행은 독선적이다"라고 발언하고 "집행부의 임원들이 무엇이 잘못되고 무엇을 잘했는가는 알아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건희 회장의 과거 발언을 상기하며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바꾸고 다 바꿔야 된다고 했는데, 이번 갤럭시노트7의 문제는 단기 손실의 문제가 아니고 40년 간 쌓아 온 이미지에 충격을 받게 된 것"이라며 "지금 임원들의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는데 손해를 보는 게 문제가 아니고 이미지 회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주도 "상법 230조에 안건 승인을 받을 때는 최소한 유인물로 매각 관련 사항을 보고해야 하지만 이런 것이 없기 때문에 말을 하는데 이런 건 삼성다운 삼성이 아니어서 말을 드린다"고 비판했다. "어제 오늘 언론을 통해 보면 국난인데 헌정 이후 초유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고 갤럭시도 그런 상태인데 그런 심각성을 인식하면서 앞으로 실행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말했다.  

주주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와 리더십을 요구하기도 했다. 경제개혁연대의 일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주주는 "1차 리콜을 할 때 제대로 검증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신종균 사장에게 갤럭시노트7 소손의 원인에 대해 따져 물었다. 그는 "삼성전자 내부의 경직된 조직문화가 문제라고 보는데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갤럭시노트7 사태에 대한 대처나 지배구조 개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자신의 말로 설명함으로써 리더십을 보여주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실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프린팅사업부 분할과 이재용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등의 안건 상정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진행 속기, 유인물 미비 등 주주의 지적이 있었던 사항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수용했다. 이재용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주주 대부분이 동의했다.

권오현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COO로서 경영에 대한 경험을 쌓아 왔으며 미래의 지속성장 기반을 만드는 등 역량과 자질을 보여줬다"며 "미래의 성장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사업재편이 추진돼야 하는 상황에서 이사 선임을 미룰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안건 상정의 의미를 밝혔다. 이어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삼성전자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 글로벌 위상을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기여를 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건 통과 이후에는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갤럭시노트7 사태에 대한 현황을 발표하고 앞으로 품질문제에 대한 철저한 검수를 약속했다. 이날 신종균 IM부문장(사장)은 "갤럭시노트7 1차 리콜 후 배터리 폭발 사례로 확인된 건수는 신고된 220건 중 85건, 2차로 신고된 90건 중 55건"이라고 발표했다. 

신 사장은 "품질 문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내부 의견으로 배터리 내부 소손의 근본 원인 규명을 위해 배터리와 배터리 회로, 제조공정 등에 대해서 철저히 할 것"이라며 "내부조사뿐 아니라 미국 등 제3의 전문기관에 의뢰해 해당 기관에서 조사 중으로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원점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각오로 모든 프로세스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권오현 부회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번 갤럭시노트7 사태로 경영진이나 임원들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혁신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에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 사건 이후로 책임을 지시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회에 참여하시게 됐는데 책임경영을 다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이 사태를 심기일전해서 극복하고, 1보 전진을 위해 2보 후퇴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엔지니어들이 상당히 위축돼 있는데 용기를 북돋아 주시고 여러분들이 사랑해주시고 격려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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