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경남 창원시가 훈령을 근거로 시민 1만여 명이 참여한 집회 장소 사용을 불허한 것은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9일 오후 경남도내 4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박근혜퇴진 경남운동본부’는 창원 광장에서 4차 시국대회(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수능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도 대거 모여 주최 측 추산 1만여 명(경찰 추산 4000여 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창원시 의창구청은 지난 17일 경남운동본부에 공문을 보내 창원 광장의 집회 장소 사용을 불허하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자치단체 훈령을 근거로 불허할 수 있냐는 이유에서다.
논란이 커지자 안상수 창원시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창원 광장을 시국대회 장소로 사용하는데 대해 강제로 막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시장은 “창원 광장은 창원시 관리 규정상 집회‧시위가 불가한 곳인데 규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사용불가 통보는 불가피하다”면서 “40년 동안 시위가 벌어진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깨진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창원 광장 관리규정’은 2010년 7월 통합창원시(옛 창원시‧마산시‧진해시)가 되면서 만든 훈령으로, 일종의 내부 규정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에 따르면 2006년 11월 창원 광장에서 시민 1만여 명이 모여 한미FTA 반대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린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2007년 2월 ‘집회‧시위에는 창원 광장 사용을 제한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이 훈령이 만들어졌다.
문제는 이 같은 훈령은 국민을 직접 구속하지 않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훈령은 통상 상급관청이 하급관청의 권한행사를 지휘하기 위한 명령이다.
이 때문에 하급행정청을 구속하는 것이지 국민과의 관계에서는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믿음’ 김형일 변호사는 “훈령은 창원시 조례도 아닌 내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지침으로 외부(시민)까지 그 구속력이 없다”며 “그런데도 훈령을 근거로 집회 장소 사용을 불허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관련 법률에 따라서만 집회‧시위를 제한할 수 있을 뿐, 훈령으로는 집회‧시위를 제한할 수 없다”며 “창원 광장에서 시국대회를 열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창원 광장의 집회‧시위 사용을 제한하는 훈령은 폐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4차 시국대회에 참여한 시민 강모(54)씨는 “창원 광장 보다 규모가 작은 서울 광장에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촛불 집회를 하는 데 왜 창원 광장에서는 못하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창원시의회 한 의원은 “최근 들어 이와 관련해 논란이 제기되면서 훈령이 아닌 창원 광장 사용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에 대해 논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6일에도 박근혜퇴진 경남운동본부는 창원 광장에서 5차 시국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