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배구조 어떻게 변할까…이재용 부회장 지분 증대가 핵심

삼성전자, 지배구조 어떻게 변할까…이재용 부회장 지분 증대가 핵심

기사승인 2016-11-30 05:00:00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선언하면서 지배구조 변화의 방향과 속도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확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화했다. 앞으로 지배구조 개편은 급물살을 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한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서신에 응답하는 동시에 여소야대 정국에서 경제민주화 법안 상정을 앞두고 안팎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택한 것으로 추측된다. 공식화를 선언한 건 이 부회장의 지분을 늘리면서 잡음은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를 통해 "기업의 최적 지배구조를 결정하는 데 있어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의뢰해 함께 협업하며 검토하고 있다"며 "최소 6개월은 소요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기업의 최적 구조를 검토 중이며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확정한다는 입장이다.

시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는 평가다. 삼성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전자의 특별 자사주 매입 등 지배구조 개편 및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해 조금씩 속도를 내어 왔다. 

엘리엇은 지난 10월 5일 공개서신을 통해 삼성전자의 주가가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할 때 현저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보고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지주회사, holding company)와 사업회사(Operating Company)로 인적분할하고 삼성전자 투자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하라는 안을 내놓았다. 

삼성전자 투자회사와 삼성물산 합병법인에 최소 3인 이상의 독립적인 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것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후 삼성전자 투자회사와 삼성물산 합병법인을 나스닥에 상장해 해외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확대하라는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엘리엇의 제안처럼 삼성전자가 지배구조를 바꾼다면 인적분할 방식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원래 회사와 새로 생기는 회사의 지분을 똑같이 나누는 방식이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가 동일한 비중으로 자본과 부채를 나누고 동일한 비중의 자사주를 갖게 된다. 지주회사가 확보한 사업회사의 자사주는 별개 법인의 지분으로 구분되어 의결권이 살아난다. 

자사주 비중이 13.15%인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전자 투자부문(지주회사)이 삼성전자 사업부문에 대해 13.15%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0.95%에 불과하고 오너가 전체와 계열사 지분을 다 합쳐도 18% 남짓이다. 삼성전자 자사주로 인해 확보하는 13.15%의 의결권 주식은 단숨에 지분을 늘리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가져온다. 

김동양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인적분할과 주식교환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시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자사주(13.3%)의 활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물적분할보다 엘리엇이 제시한 인적분할에 좀 더 무게가 실릴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물적분할은 100% 자회사가 되는 것인데 의결권 있는 자사주를 늘리지 못하기 때문에 인적분할보다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이와 같은 방법을 이용해 인적분할을 시행한 기업으로는 크라운제과와 현대중공업, 매일유업, 오리온이 있다. 

다만 인적분할-주식교환 과정에서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대한 경영권 공격 가능성과 비지배주주들의 주식교환 참여가능성 등으로 인한 지배력 강화 리스크는 해결 과제다.

여기에 이 부회장의 더욱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인적분할 후 합병의 후속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배구조 변화에서 중점적인 역할을 수행할 계열사로 삼성물산과 삼성SDS가 꼽힌다. 제일모직과 합병된 삼성물산은 오너가의 지분이 높아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이후 투자회사와 합쳐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엘리엇의 요구와도 일맥상통한다. 

삼성SDS도 이 부회장의 지분이 9.20%에 달해 계열사 중 높은 편이다. 인적분할 뒤 물류부문과 IT서비스 부문으로 나누어져 삼성전자와 합병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도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이 유력하다. 

강선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분할과 삼성SDS 분할 등이 예상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조부문은 삼성전자 인적분할 이후 지배력 확충이 가시화될 것이며 금융부문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이나 삼성SDS와의 합병 계획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현재로서는 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여부만 검토한다는 이야기를 내놓았다. 삼성그룹은 "지주회사와 물산의 합병 검토 계획은 전혀 없다"라며 "지주회사 전환 여부 검토 완료 후 결정하여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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