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소통⑳] 디카페인(Decafeinated Coffee) 커피이야기

[최우성의 커피소통⑳] 디카페인(Decafeinated Coffee) 커피이야기

기사승인 2016-12-15 23:29:21

하루는 필자의 제자 중에 한명이 디카페인 생두를 가지고 왔다. 한번 로스팅 포인트를 잡아달라는 것이었다. 에티오피아 시다모 지역에서 생산된 디카페인 커피였다. 커피 로스터로서는 커피를 테스트 해달라는 요청은 고마운 일이다. 로스팅을 마친 후에 느낀 점은 기대했던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뉴 크롭(New Crop)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향기 빠진 오래전에 추출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커피의 성분 중에서 가장 탈도 많고 말도 많은 것이 카페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잘 안다. 카페인을 과다섭취하면 카페인 중독현상으로 잠을 못자거나 심장이 두근거리고, 신경질이 많아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하지만 적당히 섭취하면 기분이 좋아지게 하며, 머리를 맑아지게 하고, 에너지가 넘치게 만들어준다.

카페인은 사람의 몸을 이롭게 하는 양약일까? 아니면 몸을 병들게 하는 독성물질일까? 

커피의 카페인이 독이라고 믿었던 스웨덴의 구스타프 3세는 사형수였던 쌍둥이를 통해 커피를 마시는 사람과 차를 마시는 사람 중에서 누가 먼저 죽는가를 실험하였다. 하지만 가장 먼저 죽은 사람은 이 실험을 주관하던 두 명의 의사였다고 하며, 구스타프 3세 역시 암살을 당해 그들 먼저 죽었다고 한다. 쌍둥이 중에서 홍차를 마시던 사람이 먼저 죽었는데 그때 그의 나이 83세였다고 한다. 실험은 커피의 승리로 결론이 났고 그 후로 스웨덴의 커피 소비가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사실 기업가들이 카페인이 없는 커피를 찾아 나선 일도 있었다. 그들은 네 가지 품종의 커피를 찾아냈는데 대부분 마다가스카르(Madagascar)에서 자라나는 품종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실망하게 되었는데, 그들이 발견한 커피는 카페인이 없는 대신에 몹시 쓰고 맛도 없는 쓸모없는 커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카페인은 부담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에 카페인을 제거하고 커피를 마시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로 탄생한 것이 디카페인 커피이다. 

최초로 디카페인 커피를 만든 사람은 독일의 루드빅 로젤리우스(Ludwig Roselius)라는 상인이다.

그의 아버지는 직업적인 커피 시음가였는데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이 과도한 카페인 섭취 때문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를 개발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가 발명한 디카페인 커피는 증기로 생두를 가열시킨 다음에  벤젠용제를 이용해  카페인을 추출하는 방식이었는데, 그는 이 추출방법에 대한 특허를 얻어 1906년에 자신의 회사를 세웠다.

화학용제를 이용하지 않은 순수 물 가공을 통한 카페인 제거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사람은 독일인인 로버 휘브너(Rober Hübner)였는데 1911년의 일이었다.

드디어 인류는 카페인 없는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이다. 하지만 디카페인 커피라고 해서 카페인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를 마시고는 싶지만 카페인에 민감한 체질을 갖고 있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좋고, 커피를 즐기는 임산부들에게는 커피를 끊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오늘날 디카페인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생두를 뜨거운 물에 끓여 녹아 나온 성분을 활성탄소를 채운 관에 통과시켜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법과, 커피콩을 뜨거운 증기로 쪄낸 후에 용매(이염화메탄) 혹은 에틸아세테이트로 여러 번 커피콩을 씻어내어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법, 초임계상태(Supercritical State)의 이산화탄소 용매로 카페인을 추출하여 분리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이중에 이산화탄소 초임계 유체를 이용한 분류방법은 다양한 물질을 녹일 수 있는 반면에 독성이 거의 없고 추출되는 화학물질과 분해반응도 쉽게 일어나지 않아 최근에 가장 선호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어쩔 수 없이 드는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카페인 없는 커피는 과연 커피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호의 문제이겠지만 필자는 카페인이 제거된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왠지 영성을 잃어버린 종교, 철학을 잃어버린 정치와 같기 때문이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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