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영주=김희정, 노창길 기자]
#. 이른 아침부터 겨울비가 퍼붓던 날이었다. 경북 영주시 풍기읍사무소에 중년의 남자 2명이 찾아 왔다. 며칠 전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오는 길이라며 남은 장례비용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풍기읍에 맡기고 싶다고 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얼마나 하시려고요?”
“남은 비용 전액이 1600만원이네요.”
“네? 아니, 이렇게 많이…”
장기진 풍기읍장과 담당직원은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중년의 남자 2명은 4남매 중 형제였다.
지난 17일 노환으로 세상을 등진 나모(85) 여사의 자녀 4남매는 가족회의를 통해 장례를 치르고 남은 비용 1600만원을 좋은 일에 쓰기로 결정했다.
4남매 모두 풍기읍이 고향이지만 현재 맏이를 제외한 3남매는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장례비를 정산하고 남은 돈 1600만원을 두고 서로 고민할 시간도 없이 연말 이웃들을 위해 좋은 일에 쓰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두 형제는 성금을 기탁하면서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도 무척 좋아하실 거라고 믿는다. 이는 자식이 어머니께 드리는 마지막 선물”이라며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표현했다.
두 형제는 절대 사진을 찍거나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장기진 풍기읍장은 “이 훈훈한 사연은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예년보다 이웃돕기 성금기탁이 줄어든 상황에서 진정한 나눔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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