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지난 해는 미국 트럼프 당선,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청문회와 탄핵 정국 등 안팎으로 초유의 사태를 겪은 해였다. 여기에 기술혁명으로 일컬어지는 4차 혁명도 곧 닥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한해 재계 오너들은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대비를 강조했다. 기업에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듯 존경과 신뢰 받는 기업으로서의 의지도 드러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신년사를 발표한 재계 오너들은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면서도 그 속에서 생존해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동시에 사회에 대한 기여와 시대정신에 대한 고민도 묻어났다.
4대기업 중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가장 먼저 보도자료를 내고 사업구조 고도화, 밸류를 중심으로 한 경영 시스템의 변화 등을 주문했다. 저성장 고착화와 미국 정치지형의 변화 등으로 불거진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악화하는 세계경제를 이유로 꼽았다. LG그룹은 '존경받는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목표도 제시했다. 구본무 회장은 "기업 내부에서 혁신을 하더라도 사회로부터 안정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SK그룹도 불확실한 경영 상황 속에서 근본을 바꾸는 '딥 체인지(deep change)'를 통한 가치창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마음과 자세를 바꾸어 경영구조와 비즈니스 구조까지 바꾸자는 제언이다. 동시에 공동체와의 협력도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의 성장은 우리 사회 공동체의 행복으로 연결된다"며 "사회와의 공존 공영을 언급하기도 해ㅅ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저성장과 보호무역 강화 등 외부 환경변화를 언급하고 내실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새로운 미래성장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불확실성 속에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질적 경영과 미래 성장을 강조했다. 메가트렌드에 철저하게 대비해 미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발굴하자고도 말했다. 신 회장은 이와 함께 도덕성도 강조했다. 그는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을 갖춘 기업만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좋은 기업, 존경받는 기어이 되자"고 피력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패러다임의 대전환기를 맞아 새 생각과 새 정신으로 무장하자"고 강조했다. 사업구조 고도화로 신기술과 신사업을 창출하는 데 힘써달라고 부탁했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기업경영의 기본과 원칙을 세우자고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과거의 낡은 제도와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반드시 척결하자"며 "윤리경영, 투명경영, 상생경영으로 기업 선진화를 추진하자"고 덧붙였다.
CJ그룹 손경식 회장은 신년사에서 “국내외 여러 불안요인으로 경제성장은 더욱 둔화될 것”이라며 "순탄치 않은 경영환경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고 그룹의 미래 성장에 역사적인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범 삼성계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신년사를 내지 않았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계시던 지난 해부터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측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년사를 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