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민규 기자] 이경호 한국제약협회장이 2월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국가 주도의 신약개발 프로젝트의 진행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경호 회장은 12일 출입기자 신년인사 자리에서 오는 2월22일 예정된 정기총회까지만 회장직을 맡는다는 신상발언을 했다.
6년 이상 제약협회장직을 수행한 이경호 회장의 퇴진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신년 인사자리에서 갑작스레 사의를 표한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더욱이 지난해 연임을 결정했기 때문에 회장으로서의 임기가 1년여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외부의 압력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유 여하를 떠나 보건복지부 차관 출신의 이경호 회장이 제약협회를 맡은 이후 제약산업은 1조 매출의 제약사들이 등장하는 등 큰 발전을 이뤘다. 또 이 회장으로서는 복지부 등 정부가 제약산업을 미래 국가성장동력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성과도 이뤘다.
이날 이 회장은 2016년에 대해 제약산업이 소위 ‘선진제약클럽에서 명실공히 자리매김하는 한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제약업계는 ICH(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 가입 등에 따라 국제 수준에 맞는 제약생산활동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신약개발의 어려움도 알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제약산업이 발전하고 커 나가는 길은 신약개발임을 인식하는 한 해였다”라며 “앞으로도 제약산업이 이런 노력을 해나가면 명실공히 제약선진국 멤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의 관계도 어느 때보다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가는 분위가 됐다. 신약개발을 신산업으로 인정해 세제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는 정부의 제약산업 지원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제약산업계도 신뢰를 깨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에 기여하고, 선진 산업으로 커나가는 노력을 해나가야겠다”라고 덧붙였다.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윤리경영 차원에서 탈 불법리베이트를 위한 활동을 나름 추진해봤고, 이제는 상당수 기업들이 영업현장부터 최고 경영책임자에 이르기까지 윤리경영의 필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노력을 많이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으로 생각한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다만 우리나라 영업환경에서의 리베이트 관습은 100% 투명하게 만들기 어려운 일””이라 전제하고, “적어도 리베이트 사건이 발생해도 개별의 일탈, 불법행위로 보이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메인스트림(mainstream)은 탈 리베이트로 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선진제약으로 가는 길은 신약개발, 해외시장 개척, 그리고 가장 중요한 윤리기반 가진 경영이다. 투명성 없으면 선진제약으로 갈수 없다. 우리는 가고 있고, 갈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퇴 의사를 밝힌 지금 향후 제약협회 및 제약산업에 대한 당부로 해석할 수 있는 협회장으로서의 소회도 밝혔다.
이 회장은 “제약외교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국가의 경제외교 활동에 제약계가 참가자로 활동해 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국내 제약산업의 국제 위상이 높아졌다.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지난해만 해도 6회에 걸쳐 협회와 제약기업이 활동했다”라며, “제약협회가 제약산업의 중심역할을 잘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활동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선진 제약클럽 멤버가 됐다면 올해는 명실공히 선진제약으로 자리매김을 확실히해야한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신약개발을 위한 R&D, 우수한 의약품 생산 노력으로 국내 20조 시장이 아닌 120조 세계시장으로 나아가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미의 성과 등 신약 기술수출의 예를 보며 신약개발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몇 안되는 잠재력 분야다. 정부가 신약개발을 국가 프로젝트화하고, 국가 아젠다로 기획하는 등 정부의 확립된 컨트로타워도 있으면서 종합적으로 끌어가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라며, “정부 주도에 산업계가 참여하는 모습, 산업계가 1조 5000억을 투자하면 정부도 매칭되는 금액을 투자해 신약시장에 들어가고, 제약산업 경제뿐 아니라 국가 경제 중요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80년대 말 복지부 약무정책 과장을 했다. 신약개발이 80년대 말부터 용어를 사용했는데 주무과장을 하면서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신약개발이 아니고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인연으로 많은 노력을 했다”라며 “그렇게 애정을 갖고 있었고, 복지부차관과 진흥원장 때도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정말 보람된 6년 이었다는 생각을 갖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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