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 어학원, 1년 치 영어교재 37종·4258면에 달해… 지나친 학습 부담 우려

폴리 어학원, 1년 치 영어교재 37종·4258면에 달해… 지나친 학습 부담 우려

기사승인 2017-01-18 11:52:54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수업은 Language, Phonics 등의 영어 관련 교과, Science, Math, Art & Craft 등의 비영어 교과로 나누어져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

-폴리어학원의 경우 1년 치 교재(7세 3년차) 총 37권, 전체 면수 4,258면에 달해… 추수감사절의 유래, 근로기준법 등 유아에게 지나치게 생소하거나 추상적인 소재 다수 등장

-단어 암기, 쓰기 숙제, 스펠링 테스트까지 시행하는 경우도 있어

-과도한 학습은 학습 효과를 가시적으로 확인시켜야 하는 학원 측의 부담 작용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반일제 이상 유아대상 영어학원’(유아대상 영어학원)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처럼 오전부터 하루 3시간 이상 운영하며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으로, 흔히 ‘영어유치원’으로 불리고 있지만 ‘유아교육기관’이 아닌 학원법의 적용을 받는 ‘어학원’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서울에 224곳이 있었고, 하루 평균 교습 시간은 4시간 57분(초등학교 기준 하루 7.4교시), 월 평균 교습비는 약 89만원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빠른 속도로 심화되는 영유아사교육의 핵으로 언급하기도 하고, 5~7세 유아의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다고 우려하나, 정작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내부 작동방식은 거의 가려져 있다. 

이에 사교육걱정은 유아대상 영어학원 유명 프랜차이즈인 폴리와 SLP, ECC의 입학 설명회를 참관하여, 유아대상 영어학원 입학 설명회에서 주장하는 바가 무엇이며, 실제 교재와 수업 방식 등은 어떠한지를 확인해 결과를 발표했다.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시간표와 교과목 : 영어 관련 교과·비영어 교과로 나눠지며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 코딩 교육을 영어로 한다고 밝힌 학원도 있어

입학 설명회에서 한 설명을 기초로 학원에서의 일과를 구상해보면 9시30-40분에 수업이 시작돼 14시~14시40분에 끝난다. 대체로 점심 전 2-3교시, 점심 후 2-3교시, 총 4-6교시를 진행하며, 방과후 특별활동을 하는 경우 2시간 정도 더 남아서 숙제, 영어 미술, 한글과 수, 가베, 영어 발레 등을 배우기도 한다.

학원별로 교과목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교과목은 영어 관련 교과와 비영어 교과로 나뉜다. 영어 관련 교과에는 Language, Phonics 등이 있으며, 비영어 교과에는 Art & Craft, Hands on play 등 활동 중심 교과, Science, Math 등의 일반 교과 등이 있다. 모든 학원이 입학 초기 한두 달을 제외하면 수업, 발표, 소통 등에서 100% 영어만을 사용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과목이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된다는 소식을 의식해서일까, ECC 학원의 경우 교과목 중 ‘영어코딩’이 있으며, 이 교과목은 코딩 교육을 100% 영어로 실시한다고 홍보한다.

한 ECC 지점 원장은 “우리는 영어교육기관 최초로 카이스트 출신 연구원이 개발한 코딩교육을 한다. 교육 환경이 변화하고 있고, 2018년에는 소프트웨어 과목이 정규 과목이 된다. 우리는 영어와 코딩을 접목해 컴퓨터 코딩 실습 교육을 한다. 블록 코딩부터 시작해서 순차, 반복, 패턴 등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한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코딩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냐는 질문에는 “저희는 100% 영어로 진행이 된다”고 말했다.

교재 : 1년 치 교재가 총 37권, 전체 면수가 4,258면에 달하고, 추수감사절의 유래, 근로기준법 등 유아에게 지나치게 생소하거나 추상적인 소재 등장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시간표에는 대부분 Language, Phonics 등의 영어 교과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사교육걱정측이 입학 설명회 당일 수업에 참관한 바에 따르면 영어 교과 수업은 ‘앉아서 교재를 푸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유아대상 영어학원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교재들을 살펴보면, 빈칸을 채우거나 받아쓰는 등 앉아서 교재를 풀어야 하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폴리어학원의 7세(3년 차) 교재 1년 치의 경우 읽기 교재 6종, literature anthology 3종, Grammar and Writing 6종, Reading and Vocabulary 6종, Activity Plus 2종, Phonics 1종, Me and my world 1종, 동화 10종 등 총 37권, 전체 면수는 4258면에 달하는 과다한 양이었다.

또한 기본 교재의 읽기 지문에는 멕시코 전통과 미국 노동절, 추수 감사절 등 유아에게 지나치게 생소하고 추상적인 내용이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Fly High Unit 3의 ‘Pass It On!’ 단원에는 empanadas(남미 전통 요리), pinata(미국 내 스페인어권 사회에서 파티 때 눈을 가리고 막대기로 쳐서 넘어뜨리는 통), Latke(감자로 만든 팬케이크) 등의 생소한 남미 전통 소재가 등장한다. 

이는 생활 속 경험을 소재로 하여 가르쳐야 하는 유아기에는 맞지 않는 접근방식이다. 또한 Fly High Unit 3의 ‘Red, White, and Blue’ 단원은 미국 추수감사절, 노동절 등을 소개하며, 추수감사절의 전통과 유래,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근로기준법) 등을 서술하고 있다. 이는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와 추상적 사고가 아직 발달하지 않은 유아에게 지나치게 어려운 내용일거라는 게 사교육걱정측 설명이다.



그뿐 아니라 Vocabulary나 읽기 후 활동지는 영어 문장으로 답을 쓰는 형식이 많다. 이는 누리과정(유치원·어린이집 공통 교육과정)에서 유아의 발달 단계를 고려해 외국어는 물론, 한글의 문자 교육조차 하지 않는 것과는 괴리가 크다. 누리과정의 ‘의사소통’ 영역에 듣기·말하기·읽기·쓰기 내용 범주가 있으나, 이는 ‘주변에서 친숙한 글자를 찾아 읽어 본다’, ‘말이나 생각을 글로 나타낼 수 있음을 안다’(만 5세) 등 한글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결국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Language를 비롯한 영어 교과는 자연스러운 노출이라기보다는 어휘, 읽기, 쓰기, 문법 등에 대한 집중적 훈련으로 영어를 학습하는 것에 가깝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는 기본생활습관과 바른 인성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다는 누리과정(유치원 공통교육과정)의 취지는 물론, 영어의 자연스러운 노출이라는 상식적 기대에도 어긋난다.

단어 암기, 쓰기 숙제, 스펠링 테스트까지 시행하기도

특히 유아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교재의 양과 난도가 상승하며, 단어 암기, 쓰기 숙제, 스펠링 테스트까지 시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SLP 지점의 입학 설명회 Q&A 시간에서 한 학부모는 “7세 2년 차가 되니까 교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숙제가 많고, 교재가 갑자기 4권으로 늘어나면서… 고3 아이에게 ‘야, 이거 알겠니?’ 물어보면 ‘7살짜리가 이런 걸 한단 말이야? 그게 말이 돼?’ 그러는데 그게 말이 되더라. 처음엔 제가 바쁘다보니 숙제 선생님도 픽업하고 했다. 근데 숙제 선생님도 놀라는 게, ‘이런 걸 7세가 한단 말이에요?’라고 하더라. 저희 애가 2년 차 올라가면서 테스트를 맨날 빵점 맞아 왔다. 버스에 내리면서 붉으락푸르락, ‘나 오늘도 빵점 맞았단 말이야!’ 보면 단어 테스트 5개 정도인데 다 틀려서 왔다. 매주 빵점, 간혹 한 개. 근데 어느 순간 애가 연습해서 가고 외워서 가더라. 그 단어가 과학 영어 이런 거다”라 발언했다.

이는 7세 2년 차가 되니 교재의 양과 난도가 지나치게 상승해, 고3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는 것이고, 단어 암기 테스트를 정기적으로 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학부모는 자녀의 숙제를 돌봐주기 위해 숙제 선생님을 따로 고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폴리 어학원 역시 본사에서 만든 온라인 기반 숙제 프로그램과 AR 프로그램(Accelerated Reader, 독서학습관리 프로그램)을 방과후에 해야 함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국외학자들이 제시하는 권장 숙제시간(집에서의 공부시간)에 영유아는 아예 제외되어 있으며,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라도 하루에 0~30분(Cooper, 2008) 혹은 1주일에 15~20분 정도의 1~3개의 숙제(Zentall, 1999)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하고 있다.(육아정책연구소, 2017)

과도한 학습으로 학습 효과 가시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학원 측의 부담 작용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되었으면 하는 부모의 바람과 달리, 실제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수업이 ‘학습식’으로 이루어지고 숙제, 스펠링 테스트 등까지 이루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전직 유아대상 영어학원 교사들의 증언에 실마리가 있다.

전 S학원 교수부장은 2009년 영어사교육포럼 1차 토론회 발제문에서 “처음에는 그럴듯한 시설로 학부모를 끌어들일 수 있지만, 아이가 학원에 다니는 동안 특별한 효과를 보지 못하면 금방 다른 학원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언제나 갖고 있기 때문에 학원장들은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 때문에 학원 입장에서는 학부모에게 투자 효과, 즉 학습 효과를 확실하게 가시적으로 확인시켜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 효과를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이가 유창하게 영어로 말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그 차선책으로 영어책을 줄줄 읽어 내리는 모습을 통해 효과를 보여주려 하게 된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렇다고 자연스러운 노출을 통해 단기간에 아이가 문자를 해득하기는 어디 쉽겠는가? 그러다보니 6살짜리 아이에게 단어 암기, 쓰기 숙제, 스펠링 시험까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유아대상 영어학원은 영어 학습 효과를 바라는 부모들이 보내기 때문에, 부모의 기대를 충족하고 이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발달 단계를 고려하기보다 ‘학습식’으로 영어를 가르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학부모는 자녀가 영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영어에 흥미를 느끼며 즐겁게 배우기를 원하지만, 실제로는 유아에게 지나친 학습 부담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다.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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