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태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0일(현지시간)가 취임식을 갖고 공식적으로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의 말 한마디에 금리와 환율은 요동쳤다. 이제 임기 시작으로 새로운 정부의 경제·금융정책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날 전망이다.
금융부분에 있어 가장 큰 변화는 도드-프랭크법 개정을 통한 금융 규제 완화 정책 추진이다. 2008년 리먼사태와 같은 글로벌 금융 위기 재발을 위해 2010년 오바마 정부가 제정한 금융규제법이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영역 분리(볼커룰), 대형 은행의 자본확충 의무화, 파생상품 거래 투명성 강화, 금융지주사 감독 강화 등 강력한 금융 규제를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다만 트럼프가 선거 공약으로 주장한 도드-프랭크법 폐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으며 방대하고 복잡해서다. 또한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금융규제가 완화되면 전세계적으로 규제완화 바람이 불어 다시 금융환경의 급변을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향후 금융규제 완화 추진 상황과 미국 금융부분 및 글로벌 금융규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면서 “추진 과정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도드-프랭크법의 전면 개편보다 일부 개정에 방점을 두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내각의 핵심인물 중 한명인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내정자는 공식석상에서 도드-프랭크법에 대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며 일부 폐지를 시사했다.
국내 금융전문가들은 도드-프랭크 법의 개정이 국내 은행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하고 있다. 법 적용 대상이 미국계 은행의 국내 현지법인·지점, 국내은행의 미국 내 현지법인·지점, 미국 내 현지법인·지점을 둔 국내은행의 미국 관련 거래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이은주 책임연구원은 “과거에도 미국의 금융 규제는 다른 선진국의 금융 규제와 완전히 동조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 신정부의 규제 완화가 국내 규제 정책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미국 금융규제 완화는 외은 지점의 국내 투자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며 “규제가 완화되어 외은지점의 자기계정거래가 가능해지면 주력 업무인 단기트레이딩이 증가하고 국내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국내 금융회사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미국 내 영업 확대를 검토해 볼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금융전문가는 미국의 금융정책 변화에 따른 직접적이 영향보다는 국내 금리와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그는 “국내 은행은 미국 금융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보다는 이에 따라 움직이는 금리와 환율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미국의 금융정책 변화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그동안 트럼프의 발언에 따라 금리와 환율이 요동쳤다. 취임식 후 이런 불확실성이 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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