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테타로 권력을 잡은 군인은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할 것이고, 기자는 펜 끝에서 권력이 나온다고 주장하겠지만 진짜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민을 저버린 정권은 국민으로부터 버림을 받게 되고, 아무리 그들이 부정하고 싶어도 이 사실은 역사가 증명한다.
“병정들이 행진한다.
이 마을 저 마을 지나
-중략-
라쿠카라차
라쿠카라차
아름다운 그 노래
-후략-“
이 노래는 ‘라쿠카라차’라는 멕시코 노래다. 학창시절에 이 노래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부르기에 흥겹고 빠른 노래라 축제 때 부르는 노래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 노래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라쿠카라차’는 1910년 멕시코 혁명 때 불렀던 민요다. 스페인어로 바퀴벌레를 가리키는 이 말은 멕시코 농민들이 자기들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인데, 자기들은 아무리 죽여도 끊임없이 나타나는 바퀴벌레와 같이 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우리를 짓밟아 봐라. 우리가 사라지나...
아무리 우리를 죽여 봐라. 우리의 생명력은 영원할 것이다.
멕시코의 현대사를 살펴보면 권력자들에 의해 농민들이 수탈당하고 고난을 당한 역사였다. 스페인의 식민통치를 끝내고 멕시코가 독립하게 되었을 때 그들에게는 장미 빛 미래만 있을 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멕시코 국민은 연이은 독재자의 등장과 권력암투에 따른 내전으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정치인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정치 권력자들의 등장이 아무리 화려했어도 그 끝은 비참했고 보잘 것 없었다.
어떤 정치인은 국민들은 개돼지와 같다고 비웃었다지만 국민들은 결코 우매하지 않다. 그들이 비웃는 것처럼 국민들은 결코 그렇게 우스운 존재가 아니다. 국민은 권력의 처음이고 끝이며 모든 권력의 핵심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카페공화국이다. 세계적인 프렌차이즈 카페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골목마다 카페들 즐비하다.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국내 일인당 커피소비량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커피를 매개로 한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큰 커피시장을 주도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이 힘을 필자는 ‘커피권력’이라고 부른다.
‘커피권력’은 누구에게서 나오는가? 커피시장을 움직이는 권력은 국제 커피기구나 바리스타 자격증 발급을 주관하는 협회도 아니고, 커피음료를 판매하는 카페주인에게 있지 않다. 그것은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에게서 나온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커피권력은 커피 한잔을 사서 마시는 소비자의 지갑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커피를 사서 마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결코 커피로 성공할 수 없다.
아무리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기술이 있어도 찾아오는 손님을 무시하는 카페는 결국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게 된다. 소비자의 기호를 무시하며, 소비자를 단지 돈벌이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카페주인은 결코 커피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이 사실을 잊어버린 정치인들은 잠시 성공한 듯 보여도 끝 모를 추락을 맛보게 될 것처럼, 커피 소비자를 무시하는 카페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커피권력이 커피를 소비자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기억다면 커피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소비자를 감동시키기 위해 연구해야 하고, 투자해야 하고, 한 번 찾아온 소비자가 다시 찾아 올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커피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커피권력을 쥐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