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KBS2 수목드라마 ‘김과장’의 시청률 1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다. 제작비 200억원이 투입돼 대작이라 불리는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를 제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어진 시청률 역주행을 보여줬다는 점이 단순한 1위를 넘어 하나의 사건으로 평가받게 하는 이유다.
‘김과장’의 1위 등극은 어떻게 ‘사임당’을 제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분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로선 기대했던 ‘사임당’에 실망한 시청자들이 ‘김과장’으로 채널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코믹한 주인공 김과장 역할을 맡아 활약하는 배우 남궁민에 대한 칭찬도 쏟아지고 있다.
‘김과장’이 3회에서 큰 폭으로 시청률 상승을 기록한 점을 들어 특별판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나왔다. 지난달 26일 방송된 ‘김과장’ 2회의 시청률은 7.2%(닐슨코리아 기준)로 1회에서 기록한 7.8%보다 0.6% 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 1일 방송된 ‘김과장’ 3회는 시청률 12.8%로 무려 5.6% 포인트나 상승했다. 같은날 KBS는 ‘김과장’ 1~2회를 압축한 특별판을 방송해 시청자들이 이전 이야기를 따라잡을 수 있게 유도했다.
‘김과장’처럼 이전까지 방송된 내용을 압축해 방송하는 특별판, 혹은 스페셜 편은 이제 흔한 방송 문화로 자리 잡았다. ‘김과장’ 이외에도 특별판 방송을 전후로 시청률이 급상승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큰 인기를 모았던 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과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가 그랬다. ‘닥터스’의 경우 3회 직전 특별판을 방송한 이후 시청률이 7.5% 포인트나 상승했다.
하지만 모든 드라마가 특별판으로 반전을 이뤄내는 건 아니다. 현재 방송 중인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은 4회 직전 특별판을 내보냈지만 반등을 이루지 못하고 4~5%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꼴찌에 머무르고 있다. KBS2 월화드라마 ‘화랑’은 스페셜 편을 두 번이나 방송했다. 덕분에 3회에서 5.9% 포인트의 시청률 상승으로 희망을 보였지만, 4회에서 곧바로 5.6% 포인트가 하락하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특별판이 유행처럼 번지는 이유는 첫 방송 이후 시청자의 마음을 돌리기가 점점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목을 끌기 위해 아예 스페셜 편을 첫 방송 전에 미리 내보내는 방법까지 등장했다. MBC는 월화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의 첫 방송에 앞서 지난달 27일 주인공 김상중과 설민석 강사가 진행하는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서막’을 방송했다.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은 촬영 현장과 배우들의 코멘터리를 더한 ‘미씽나인 더 비기닝’을 첫 방송보다 한 주 앞서 내보냈고, KBS 월화드라마 ‘화랑’도 제작 일지와 캐릭터 소개를 더한 ‘미리 보는 화랑’을 본 방송에 앞서 방송했다.
반전을 노리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한주 방송을 쉬면서까지 대본을 전면 수정하는 강수를 둔 tvN 월화드라마 ‘내성적인 보스’의 경우가 그렇다. 첫 방송 시청률 3.2%에서 시작해 1%대로 떨어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8회까지 나온 대본과 이미 촬영한 분량을 포기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제작진은 비현실적인 설정, 공감하기 어려운 캐릭터 등 4회까지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지적한 점을 반영해 재촬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수정된 대본으로 촬영된 5회에서도 시청률 1.9%에 머물며 하락세를 막지 못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tvN과 JTBC 등 케이블, 종편 채널의 드라마가 약진하며 기존 지상파 드라마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다양해진 콘텐츠 시청 환경에 힘입어 시청자의 선택은 단호해지고 있다. 덕분에 시간이 갈수록 드라마의 시청률 역주행을 꾀하는 방송사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