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요즘 사람들은 멋진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 또는 자신의 얼굴을 찍어서 SNS에 올리곤 한다. 이렇게 찍은 사진을 가리켜 ‘인증샷’이라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즐겨하는 만큼 인증샷 속 장소와 상황, 인물들은 가지각색이다.
최근 한 의사가 해부용 시체와 찍은 인증샷을 SNS에 올린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모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A씨를 비롯한 5명이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열린 ‘개원의 대상 족부(발) 해부실습’에 참여해 인증샷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사진을 올린 의사는 광주에 있는 재활병원 원장 B씨로, 그는 사진과 함께 ‘토요일 카데바 워크숍, 매우 유익했던, 자극도 되고’라는 문구와 관련된 해시태그들을 달았다. 사진 속에는 시신의 다리와 발이 일부 드러나 있고 의사들은 서서 여유롭게 미소 짓고 있다.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 그들이 의사로서 갖춰야할 생명존중 사상과 윤리의식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미 생명을 다한 시신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 네티즌들은 강하게 비판하며 공분했다. 특히 이번 일의 주체가 ‘의사’이기 때문에 실망감은 더욱 컸고, 그래서 보다 더 따가운 질책들이 쏟아졌다. 보통 의사라고 하면 ‘정직하고 바른 사람’이라는 모범적인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사실 의료인의 비윤리적이고 실망스러운 사건은 이전부터 종종 있어 왔다. 어떤 의사는 수술 중에 생일파티를 벌인 적이 있는 가하면, 일회용주사기를 재사용해 집단감염을 초래한 일도 있었다. 또 음주 상태로 수술을 한 사건, 마취에 잠든 여성 환자를 성추행한 사건도 있었다.
의료인의 윤리의식 강화가 시급하다. 또한 다른 사건들을 차치하고서 이번 인증샷 사건의 또다른 문제는 바로 처벌 수준이다. 만약 이들에게 처벌이 내려지면 고작 과태료 50만원이 전부다.
이는 ‘진료’가 아닌 ‘실습’ 과정 중에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의료법상 처벌은 진료에 해당하는 비윤리적 의료행위에 대해 내려진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의료법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이하 시체해부법)에 따라 처벌이 내려지게 된다.
시체해부법 17조1항에 따르면 시체를 해부하거나 시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표본으로 보존하는 사람은 시체를 취급할 때 정중하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조만간 시군구 보건소에 지시해 과태료 처분 대상자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작 50만원이면 되는 것일까. 안일한 처벌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실습과정 중 의사의 비윤리적 행태가 누군가의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 갖춰야할 가장 기본적인 자질에는 어긋나는 게 분명하다.
처벌이 더 강화된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를 원천 봉쇄하지는 못할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의료인 개개인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면 의사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기에 앞서 조금이라도 더 신경쓰고, 한 번이라도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더 이상 ‘바른 의사’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일은 생기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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