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보통 영화나 드라마는 최대한 리얼할수록 좋다. 시청자가 몰입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리얼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현재 방송 중인 OCN ‘보이스’의 경우가 그렇다.
‘보이스’는 112신고센터를 중심으로 전화에서 들리는 소리를 추적해 범인을 잡는 스릴러 드라마다. 독특한 소재를 긴장감 넘치게 표현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지만, 잔인하다는 반응도 있다. 실제로 ‘보이스’는 범죄 사건을 폭력적이고 잔인하게 다뤘다는 이유로 15일 오후 진행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위원회 안건에 올라 심의를 받게 됐다.
제작진은 “잘 조정해서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5일 오후 2시 서울 월드컵북로 상암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보이스’ 기자간담회에서 김홍선 PD는 “과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불편하지 않게 시청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잘 조정해서 만들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잔인한 묘사 이면에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PD는 “누군가 마음을 다칠 수 있는 작업이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우리가 어떻게 할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을 해야 작품이 끝나고 후회를 안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불편해하시는 점을 받아들이고 있다. 되도록 덜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극의 흐름을 깨지 않는 방식을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강력계 형사 무진혁 역할을 맡은 장혁도 잔인하다는 반응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전했다. 장혁은 “시청자 입장에서 ‘보이스’를 보다보면 좀 잔인하다”며 “눈에 보이는 것보다 안 보이는 소리들, 인물들의 심리가 잔인하더라. 차라리 보여주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소리로 심리를 몰아가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보이스’에 대한 불만은 또 있다. 이번 주에 보여주는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다음 주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고구마를 먹는 것처럼 답답한 드라마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에 김홍선 PD는 “사건의 해결에 집중하는 것보다 그 사건이 왜 일어났고, 과정에 무엇이 있었는지 다시 되짚어 보자는 것”이 ‘보이스’의 기획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는 만큼 희생자들에 대한 묘사를 숙제처럼 안고 있기 때문에 사건이 일어난 원인과 과정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는 말이다.
김 PD는 “이런 방식의 드라마가 없는 건 아니다”라며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범죄 현장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112 신고센터 대원들의 치열한 기록을 담은 수사드라마 ‘보이스’는 매주 토, 일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