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해빙' 조진웅 "모든 배역이 내게는 안 맞는 옷 같다"

[쿠키인터뷰] '해빙' 조진웅 "모든 배역이 내게는 안 맞는 옷 같다"

기사승인 2017-03-02 08:51:50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배우 조진웅을 수식하는 말들은 대부분 그의 연기력을 칭찬한다. ‘믿고 보는 배우’부터 ‘미친 연기력’ 등 다양하다. 그런데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의 개봉을 앞두고 28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진웅은 막상 자신의 연기에 관해 “매번 안 맞는 옷을 억지로 입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항상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가 하는 말로는 조금 놀랍기까지 하다.

“‘해빙’의 승훈이라는 캐릭터가 제게는 안 맞는 옷 같았어요. 생각해보면 모든 작품이 제게는 그래요. 저는 보통 옷을 110사이즈를 입는데, 80사이즈짜리 옷을 가져와서 제게 우겨넣는 기분이 들죠. ‘아, 이게 무슨 짓이지?’하고 괴로워하면서 연기를 해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점점 맞아 들어가는 부분이 있죠. ‘어? 이 부분은 맞네?’ 하면서 즐거워하고, 또 신명이 나고 하다 정신 차리면 작품을 완주해내고 있는 거예요.”

조진웅은 어떤 작품을 시작하든 기어이 자신의 배역과 충돌하고야 만다고 털어놨다. “잘 맞는다고 느낀 작품은 한 가지도 없었어요. 배역을 맡기로 하면서 저는 항상 ‘와, 정말 아플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 배역을 안 하면 스스로에게 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죠. 그렇게 충돌해가면서 배역과 저를 맞추는 거예요.” 어떤 때는 ‘이 쯤에서 아프겠다’고 예상도 하지만, 그 아픔이 감당이 안 될 때도 많다. 그렇지만 그것이 배우라는 직업이고, 영화라는 매체다.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괴롭고 아프다면 왜 배우를 지속하는 걸까? 조진웅은 “어딜 가나 충돌은 잇다”고 단언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충돌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두렵지는 않아요. 충돌을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못 하기 때문이에요.”

“배우는 아픔을 관음당하는 직업”이라고 조진웅은 말했다. “편하고 쉬운 사람의 인생은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아요. 누군가가 괴롭고 죽을 것 같으니까 영화를 보는 거죠. 관객들은 관음 하는 입장이니까, 그런 것이 재미있죠. 하하. ‘해빙’도 그럴 거예요. ‘이 중 누군가는 당하겠지?’하고 예상하는 재미로 다들 영화를 보실 걸요?”


‘해빙’은 두 번의 반전을 거치며 크게 변화하는 작품이다. 작품을 쭉 볼 때는 영화가 관객에게 불친절하다고 느껴지지만, 다 보고 나면 오히려 영화가 관객에게 지나칠 정도로 친절했다는 감상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변화에는 배우들이 큰 몫을 한다. 일관된 단서가 아닌, 두 가지의 다른 답을 가리키는 모두 다른 단서들을 제각각 훌륭히 연기해내기 때문에 관객은 더 혼란에 빠진다. 조진웅은 “그 부분이 재미있는 것”이라고 ‘해빙’을 설명했다.

“영화의 설정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관객에게 던져졌을 때, 누구나 그 파편을 통해 이 영화가 어떤 작품일 거라는 것을 유추하잖아요. 그렇지만 승훈은 여러 가지 파편을 모두 다르게 던질 수 있는 캐릭터고, 그런 부분이 재미있는 거예요. 어떤 작품들은 정해진 답을 향해 일방적으로 직진하는 작업을 반복하지만, ‘해빙’은 아니에요. 던져진 파편들 사이의 지점에서 승훈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제 숙제였어요. 시나리오를 전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산되지 않은 어떤 부분이 제 연기를 통해 나왔죠. 관객들이 보시기엔 힘드실 수 있고, 제게도 쉽지는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게는 아주 즐겁고 엄청나게 좋았던 작업이기도 했다는 걸 알아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해빙’은 다음달 1일 개봉한다. 15세가.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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