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최근 보건복지부가 국립보건의과대학(이하 공공의대) 설립의지를 천명한 가운데 관련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 달 14일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취약지의 의료공백 해결과 기피과 문제 해결책으로 공공의대 신설안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의료 취약지에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10년 이상 공공의료분야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신입생을 받고 공공의료 분야 전문가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공의특별법으로 인한 수련시간 제한과 내·외과 입원전담전문의제도와 맞물려 향후 의사 인력 확충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 반대가 거세다. 20대 국회에서도 몇 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 계류 중이다. 의료계는 ‘비용 효율성’을 문제삼고 반대 입장을 펴고 있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공공의대에 관해서는 오래 전부터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그 때마다 비용 대비 효과가 부족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라며 “현재 있는 국립의대에 장학제도 등을 마련하는 식으로 공공의료인을 배출할 수 있다. 오히려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의료인을 키워내는 시간과 비용을 의료수가 문제 등에 활용하는 방향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도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 단지 특정과로 몰리는 것이다. 서울 중심가에는 오히려 병의원이 즐비하지 않느냐”며 “의료취약지도 비단 의료인 부족만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은 것이 실질적인 문제다. 기피 진료과가 생기는 원인은 힘들지만 보상이 되지 않는 것에 있다.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공의대를 설립한다고 해도 계약기간이 지나면 의사들이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기동훈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의료취약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기 회장은 “최근 공중보건의가 감소한 것은 맞다. 그런데 사실 지역마다 보건지소가 있는데 무의촌이라고 할 수 있나. 민간 병의원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공의대보다는 오히려 민간의료가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원로 인사는 “의사 수가 부족해서 새로 의대를 신설한다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 의사인력이 늘어나면 금전적인 부담이 줄고 취약지 의료공백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위험한 논리”라며 “의료의 질 하락을 야기시켜 국민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의료계의 반대에도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복지부의 의지는 분명하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국내 의료서비스 이용량이 OECD 평균 보다 높다고 하지만 수도권 등 중심지역에 한정된 것이다. 의료취약지에서는 분만, 응급의료 등을 담당할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 부족이 심각하다”며 “의료계에서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의사 수를 확충한다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에 특화된 의료인을 배출하겠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군 사관학교 형식으로 공공의료에 뜻이 있는 이들을 양성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성공한 일본의 사례도 있다. 일본의 경우 특정 근무기간을 조건으로 면허를 부여하고, 재정지원을 해 양성한 의료인 3분의 2가 의무 복무기간이 지나도 그 지역에 정착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권 정책관은 “공공의료라는 목표를 가진 학생과 교수진이 한 공간에 모이게 하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금년부터는 공중보건장학의 특례법을 바탕으로 산부인과 의료인 등을 대상으로 연구조사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