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의 불신임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의료계 내부에서 나왔다. 임기동안 의사들의 권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7일 전국의사총연합은 의사협회 회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무진 회장 불신임 총회 소집에 필요한 회원 동의서 절반을 채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대집 전의총 대표는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 등 의사 권익에 대한 탄압이 어느 때보다 심하다”며 “그런데 추무진 회장은 의협 회원들의 권익에 관심이 없고 이권을 쟁취해 올 능력이 없는 무관심, 무능력 회장”이라고 주장했다.
전의총이 지적한 내용은 ▲살인적 현지조사 방치 회원 희생 ▲만성질환관리제와 원격진료 시범사업 실시 ▲의료분쟁자동개시법 통과 책임 ▲비급여강제조사법 시행 방치 책임 ▲의사 징역 10년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통과 책임 ▲의약품안심서비스(DUR)강제화법 시행 방치 ▲한의사, 치과의사 등 직역 침범 방치 ▲저수가 방임, 직무유기 ▲메르스 무능 대응 ▲의사 상호감시 전문가평가제 강행 등이다.
특히 전의총은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에 대해 “동료의사 상호감시제”라며 “의사 면허 통제 강화 의도를 미루어 의협이 회원을 통제하고 회비를 걷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얼핏 이익집단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지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일부 의사들의 비위행위와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책임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권익을 빼앗겨 억울하다'는 입장만 강조하는 태도는 다소 우려스럽다.
지난해부터 일부 의사들은 국정농단에 일조한 비선진료 의혹과 제대혈 불법사용, 카데바 실습 중 시신 모욕, 진료 중 성범죄, 대리수술, 주사기 재사용 등 잊을만하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왔다. 의사들의 비위나 비도덕적 행위는 국민건강 위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른 직업군보다 의사들에게 도덕적,법적 기준이 더 엄격한 이유다.
‘전문가평가제’는 의사들의 비윤리적 행위들을 자체 정화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현재 의사협회가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깨져버린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방편이자, 의사집단이 극복해야할 숙제이기도 하다.
위법행위에 대해서 정부의 일률적 징계가 아닌 의사들 자체적 판단에 따른 ‘자율규제’라는 점에서 오히려 의사들에 쿠션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심지어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기간 총 6개월 중 3개월여 지난 현재까지 제대로 된 처분사례조차 없는 상태다.
전의총이 전문가평가제 시행 자체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과한 엄살이자 지나친 피해의식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만일 이러한 인식과 태도를 의사회원 일부가 아닌 대다수가 공유하고 있는 것이라면 더욱 걱정스럽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의 성과가 현재까지 부족했던 이유가 초기 시행착오가 아니라, 회원들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꼴이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한 원로의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환자가 가장 힘들 때 찾는 사람’으로 자신의 직업을 정의했다.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취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가장 힘들 때 찾았던 이가 알고 보니 안면몰수에 검은 속내를 가진 사람이었다면 어떨까. 이런 내용의 공포영화를 어디선가 본 것만 같다.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