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텅텅 빈 소공 롯데본점…젊은 싼커만 삼삼오오

[르포] 텅텅 빈 소공 롯데본점…젊은 싼커만 삼삼오오

사드로 인한 중국정부 규제 때문…사태 장기화될 우려

기사승인 2017-03-16 04:00:00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15일 오후 2시경 찾은 서울 소공 롯데백화점 앞은 평소보다 한산했다. 평소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가이드와 함께 몰려서 항상 북적북적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롯데백화점 앞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만 휴대폰을 보며 간간이 서 있을 뿐이었다. 봄을 맞아 백화점 앞에 분홍색 꽃을 장식해 놓은 봄 인테리어가 무색하게 거리는 차가웠다.

이 싸늘한 거리의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의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15일부터 중국여유국(여행담당국)이 한국 단체관광 여행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게 한 여파다. 중국은 여행사가 하던 비자 대행 업무도 이제는 하지 못하게 했다. 따라서 한국에 오려면 중국인이 직접 한국영사관에 가서 비자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평소에는 '중국인 거리'로 불리던 명동에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기자가 중국 단체관광객이 몰렸던 회현(남대문시장)역에서부터 한국은행과 포스트타워, 길을 건너 소공동 한진빌딩을 지나 롯데백화점으로 오는 사이에 가이드와 함께 무리지은 중국인은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젊은 중국인 개별 여행객 한두 명이 같이 다니는 것이 목격될 뿐이었다. 그 외에는 한국인이었다.

텅 빈 거리처럼, 롯데백화점 소공점 1층 화장품 매장은 평소처럼 붐비지 않고 한산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성조가 강한 중국말의 특성상 중국인임을 단박에 알 수 있는데, 항상 쇼핑백을 몇 개씩 들고 다니던 중국 단체관광객이 보이거나 '들리지' 않았다. 대신 예전에는 눈에 띄지 않던 40~50대의 한국인 주부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매장을 한가로이 돌아다니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최근에는 잘 들리지 않던 일본인들의 말소리도 들렸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4층이나 5층에 마련된 까페에 주부들이 앉아 환담을 나누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판매사원들은 조용히 서서 손님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명품 매장인 구찌나 프라다 매장에도 손님이 적었다. 

9층에서 12층까지 이어진 롯데면세점에서야 그나마 중국인들이 좀 더 많아졌다. 그래도 평소보다는 턱도 없이 적은 수준이었다. 평소 이곳을 자주 오르내리던 기자가 보기에 9층에는 평소보다 손님이 너무 적어서 당황할 정도였다. 항상 쇼핑백을 양손 가득 든 중국인 관광객이 너무 많아 계속 밀고 나가야 해 길을 돌아다니기가 힘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날은 시야가 훤하게 뚫리고 마주치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었다. 

이날은 중국 관광객이 줄을 서서 구매하느라 바쁘던 까르띠에 매장도 손님 없이 한산했다. 단체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진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빈폴, 마이클코어스 등 잡화 매장에도 좀처럼 들르는 손님이 없었다. 기다리다 지친 점원들은 푸념 섞인 말을 서로 하고 있었다. 

면세점 꼭대기인 12층 화장품 매장에 가서야 그나마 어느 정도의 중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중국인 개별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은 주로 20~30대였고 같은 또래의 동성이나 이성 친구와 함께 다녔다. 나이 지긋한 어머니와 함께 다니는 이들도 보였지만 주로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개별로 비자를 받고 온 관광객들이었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올해 들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한 상황이지만 3월 셋째주(12일부터)는 10%대로 매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서울 명동에 터를 둔 신세계면세점도 셋째주에 전년 대비 매출이 20% 빠졌다. 면세점들은 지금은 버틸 만해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매출 정체 혹은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면세점 관계자는 "메르스 같은 때도 한 번에 매출이 확 빠진 적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정치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장기적으로 어려움이 심화될 것으로 본다"며 "동남아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