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스프링 2라운드가 한창이다.
SKT가 통신사더비에서 연승을 거두며 굳건한 1강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KT가 플레이오프를 염두에 두고 비수를 품고 있다. KT와 SKT, 두 팀의 강함은 유럽무대를 호령 중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SPL)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떠오르게 한다.
저돌적인 경기운영으로 화끈하게 이기거나 허무하게 무너지는 락스 타이거즈를 보면 득점과 실점 모두 상위권에 위치한 토리노 FC가 생각난다. 케스파컵과 IEM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차시즌에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콩두 몬스터는 EPL 디펜딩 챔피언 레스터시티와 매칭된다.
이번 <롤챔스 e뷰>에서는 롤챔스 팀들의 면면을 유럽축구팀에 빗대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SK텔레콤 T1- FC바르셀로나
흔히 축구에서 ‘신계’라 하면 호날두와 메시를 떠올린다. 두 선수의 압도적인 기량과 스탯은 인간계에서 아무리 발부둥친 들 범접할 수 없는 거룩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마찬가지로 두 선수가 속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오랫동안 양강체제를 유지해왔다.
그 중에서도 바르셀로나가 구사하는 티키타카(스페인어: tiqui-taca)는 축구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전술로 평가된다. 티키타카에 대항해 안티 풋볼(Anti Football), 킬 패스 앤드 러시(Kill pass and rush) 등이 나왔지만, 결정적으로 티키타카의 아성을 무너뜨리진 못했다.
정확한 패스웍과 드리블을 기반으로 한 점유율 축구는 ‘승리’라는 결과물을 창출하는 데 가장 합리적인 플레이 스타일로 인정받고 있다. 이미 레알 마드리드나 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 정상급 팀들이 준용하고 있는 이 전술은 일시적 부진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언정 완성도를 깎아내릴 만한 건더기가 없다.
바르셀로나는 2009년 전무후무한 6관왕의 대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2015년에는 5관왕을 달성하며 건재한 능력을 증명했다. 2010년 이후 우승 숫자만 봐도 바르사의 기록은 압도적이다. 프리메라리가 4회를 비롯해 코파 델 레이(컵대회) 3회,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4회, UEFA 챔피언스리그 2회, UEFA 슈퍼컵 2회, FIFA 클럽월드컵 2회 등으로 총 17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세비야 등 리그 내 강력한 라이벌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터라 그 무게감은 더욱 육중하다. 유럽대항전에서는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벤투스, 파리 생제르맹 등 숱한 난적들을 재꼈다.
세계 롤판을 호령한 SK텔레콤 T1은 한때 힘든 시절을 보낸 적도 했지만, 큰 맥락에서 최강자란 칭호를 달기에 부족함이 없다. 롤드컵 3회 우승을 비롯해 숱한 국내외에서의 우승 이력은 이들이 왜 ‘저스트 원’에 머물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2013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서머에서 우승하며 신화를 써내려간 SKT는 롤챔스 4회, 롤드컵 3회, IEM 1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1회 등으로 단일팀으로는 유일하게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잠시간 부진을 겪다가도 다시금 폼을 되찾아 우승을 차지하니 이들을 바르셀로나에 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번 시즌 역시 SKT의 강함은 분명하다. 우려를 샀던 ‘후니’ 허승훈이 국내 최고의 탑 라이너로 군림한 가운데 ‘프로핏’ 김준형이 만만찮은 저력으로 주전자리를 넘보고 있다. ‘피넛’ 한왕호와 ‘블랭크’ 강선구가 적절한 교체출전으로 팀 컬러에 다양화를 이끌었다. 이즈리얼 메타의 선두주자 ‘뱅’ 배준식의 강함은 이미 허다하게 증명됐고, ‘울프’ 이재완은 서포터답지 않은 피지컬로 팀의 질을 높인다. 그리고 세계최강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은 필요에 따라 안정성과 슈퍼플레이를 번갈아 구현하며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에 견줄만한 위치에 올랐다.
지난 두 번의 KT전을 완승으로 매듭지은 SKT의 강함은 여전히 업그레이드 중이다. 이 팀의 팬이 된다는 것은 적어도 패배의 아쉬움을 삼키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락스 타이거즈- 토리노FC
“우리는 수비를 버린다”
환상적인 왼발을 지녔지만 괴팍한 성격 탓에 ‘미친개’로 불렸던 시니사 미하일로비치는 현재 감독 신분으로 토리노FC를 이끌고 있다. 이 팀은 2016-2017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29경기 54골(경기당 1.86골)로 득점부문 5위에 올라있다. 유벤투스(59골), 인터밀란(55골), 라치오(50골) 등 내로라하는 강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이다. 아울러 이 팀 소속 공격수 안드레아 벨로티는 26경기에 나와 22골을 넣으며 세리에A 득점왕 자리를 꿰차고 있다.
토리노는 준수한 득점력에도 어마어마한 실점을 한 탓에 리그 10위에 머물러 있다. 29경기 48실점, 경기당 1.66골을 허용한 셈인데, 이는 강등권에 있는 FC 크로토네(49실점), 제노아 CFC(43실점), 엠폴리 FC(46실점)과 비슷한 수준이다.
토리노의 뒤를 안 돌아보는 공격성은 락스 타이거즈의 그것과 닮아있다. 락스 타이거즈의 중심부를 맡고 있는 ‘미키’ 손영민은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미드 라이너로 손꼽힌다. 물론 이러한 플레이에는 믿는 구석이 있다. 손영민은 한때 페이커의 피지컬에 비견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다만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하드 스로잉으로 경기를 그르칠 때도 많았다.
손영민은 이번 시즌 166킬(36세트)을 기록했다. 이상혁(159킬·32세트)에는 근소하게 뒤지지만, 허원석(111킬·33세트), 이민호(112킬·34세트), 이서행(118킬·35세트), 송용준(118킬·35세트)에 크게 앞선 파괴력이다. 세트당 솔로킬도 0.44로 이상혁(0.47)과 비등하고, 허원석(0.18), 이민호(0.32), 송용준(0.31), 이서행(0.17)보다 크게 앞섰다. 세리에A 득점왕 벨로티를 떠올릴 만한 공격력이다.
IEM에 다녀온 뒤 락스 타이거즈의 기세가 남다르다. 준우승에 그쳤지만 자신감을 되찾은 게 고무적이다. ‘샤이’ 박상민이 메타 적응을 시작했고, ‘키’ 김한길은 내셔 남작에 딜링용으로 궁극기를 쓰는 등 새로운 팀워크 메커니즘을 가동하고 있다. 정글 구원투수로 투입된 ‘마이티베어’ 김민수의 맵 리딩 능력은 단연 일품이다.
락스는 BBQ, 진에어, 콩두 등을 상대로 4연승을 달리다가 12일 KT전에서 ‘데프트’ 김혁규 이즈리얼의 슈퍼캐리에 기세가 한풀 꺾였다. 16일 롱주전에서도 무기력하게 패하며 다시금 하락세로 접어드나 싶었는데, 19일 아프리카를 특유의 민첩한 경기 운영으로 2대0 완파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락스의 승리 공식에는 손영민의 암살자 챔피언 선택이 있다. 4연승 당시 손영민은 제드, 아리와 같이 단칼에 상대를 제압하는 챔피언을 골라 5전 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라이즈, 카시오패아, 신드라 등 운영형 챔피언을 잡았을 경우 2승2패로 절반의 승률을 기록했다. 0대2로 완패한 KT전에서도 손영민은 라이즈, 블라디미르를 골랐다.
전통적으로 축구는 수비가 강한 팀이 우승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토리노FC의 우승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팬들이 이 팀에 열광하는 이유는 화끈하면서도 유쾌한 경기 흐름 때문이다. 물론 이 팀의 우승을 기원하는 팬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기방식에 한숨이 나올 법 하다.
마찬가지로 락스 타이거즈도 ‘안정성’을 진지하게 꾀하지 않는 이상 우승에 도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이들의 시원시원한 경기운영은 두터운 팬덤을 보장한다.
▲콩두 몬스터- 레스터시티
레스터시티의 우승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출범 이래 가장 충격적인 일이었다. 챔피언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3회), 첼시(4회), 아스널(3회)에게 어울리는 타이틀이었다. 맨체스터 시티(2회)의 경우 거대한 자본을 쏟아 붓고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4년이 걸렸다. 토트넘, 리버풀 등 내로라하는 팀은 여태껏 트로피에 손때조차 타지 못했다.
1994-1995시즌 블랙번 로버스의 우승은 ‘낮은 차원의 이변’이었다. 당시 블랙번은 케니 달글리시 감독 체제로 앨런 시어러, 크리스 서턴 등 당대 최고의 공격수가 소속돼있었다. 직전 시즌인 1993-1994에는 준우승으로 한창 달아올랐던 블랙번이다.
콩두 몬스터의 전신인 나진 e엠파이어는 전투민족으로 유명하다. ‘이걸 나진이’란 명언 역시 크게 불리한 상황에서 전투로 득점을 올리며 기어코 역전을 일궈내는 능력에서 유래됐다. 스폰서 문제로 흔들리던 이 팀은 콩두라는 새 스폰서를 맞아 재탄생했다. 선수단이 전원 바뀌는 격동기를 겪었지만 초중반의 불리함을 협력플레이로 극복하는 팀 전통을 이어가며 제2의 전성기를 준비했다.
콩두는 2부 격인 첼린저스에서 1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뒤 승강전에서 CJ 엔투스를 꺾고 승격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에는 케스파컵과 IEM에서 연달아 결승무대에 오르며 차기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시즌을 앞두고 장민철 신임감독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초반 성적에 따라 충분히 우승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 롤판이 지난 11월 선수 대이동으로 혼란을 겪는 와중 콩두는 선수 전원과 재계약을 체결하며 결속력을 다졌다. 이는 우승 전력인 제이미 바디와 리야드 마레즈를 잔류시키며 차 시즌을 공고히 한 레스터시티와 비슷하다.
‘지하실’로 비유된 레스터시티의 초라한 라인업은 ‘선수비 후역습’의 효과적인 축구로 빛을 발했다. 물샐틈없는 수비에 이어 단조로운 패스로 공격수에게 공을 배급하는 전술로 퍼거슨의 맨유 시절이 떠오르는 승리축구를 완성했다. 우승 당시 득점과 실점에서 오히려 토트넘에 뒤졌던 것을 감안하면 레스터시티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승리를 쟁취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레스터시티의 축구는 특유의 간결함을 잃었다. 득점원의 침묵뿐 아니라 수비에서의 잦은 위기 자초로 리그 15위까지 쳐졌다. 라니에리 감독이 물러난 뒤 분위기를 바꾸긴 했지만 갈 길이 매우 멀다.
정규 시즌에 돌입한 콩두 역시 허물어졌다. 지난해 롤챔스 스프링부터 계산하자면 무려 21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없었다. 최하위권에서 사경을 해매는 진에어 그린윙즈를 한 차례 이긴 것 말고는 모든 경기가 무기력했다. 콩두는 1승13패로 승강전에 근접한 상태다.
지난 시즌까지 강점으로 부각되던 선수간 협력플레이가 와해됐다. ‘로치-펀치’의 시너지는 빛을 잃었다. 무난하게 초반을 보내도 유기적인 합류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바텀 듀오가 좋은 폼을 보여주곤 하지만 요즘 메타에서 게임을 주도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반전’을 말하기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시즌 4경기를 남겨두고 강등권 마지노선인 8위 BBQ와 3게임 차이로 뒤져있다. 득실도 -21로 BBQ(-10)에 한참 못 미친다.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기고 BBQ의 경기결과를 지켜봐야 할 팔자다. 이들이 남은 시즌 찾을 수 있는 의미는 ‘경기력’ 외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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