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꽃동네가 꿈꾸는 세상은 한 사람도 버려지는 사람이 없는 세상, 모든 사람이 하느님같이 우러름을 받는 세상,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사는 곳 어딘가에는 여전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가족이나 사회에서 버림받은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하는 곳, 음성꽃동네에서 상처받은 영혼을 돌보는 인의(仁醫)를 만났다.
음성꽃동네 인곡자애병원 신상현 의무원장은 29년째 봉사하는 삶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질병의 치료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마음의 치유”라며 “영혼까지 치유하는 의료인이 되고자 한다”고 말한다. 꽃동네에는 육체적인 병고보다 마음의 상처가 훨씬 깊은 환자들이 많다. 이들이 가진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은 사랑뿐이라고 신 원장은 말한다. 가진 것을 다 주고 더 줄 것이 없을 때까지 사랑을 베풀 때 비로소 결핍된 사랑이 채워지게 된다는 것이다.
신 원장은 내과 전문의가 되자마자 바로 음성 꽃동네로 들어와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이 되라는 아버지의 유언 때문이다. 꽃동네 형제회 수도회에 입회해 종신 서원 수사가 됐고 현재 예수의꽃동네형제회 부총장, 음성꽃동네 인곡자애병원 의무원장, 세계가톨릭성령쇄신봉사회 아시아 담당 이사, 주교회 의생명운동본부 생명위원, 대한에이즈예방협회 이사, 꽃동네현도학원 이사, 예수의꽃동네유지재단 이사를 맡고 있으며 필리핀 등 해외 꽃동네 개발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의 부모님은 형편이 여의치 않았는데도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생활화하신 분들이다. 특히 폐암으로 투병 중 돌아가신 아버지는 늘 자신이 아닌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라고 당부하셨다.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니 또한 일생동안 가정을 위해 헌신하며 ‘종의 정신’을 몸소 가르쳐주셨다고 신 원장은 말했다.
처음 꽃동네를 방문했던 젊은 시절 신 원장은 많은 환자들이 병원도, 의료진도 없이 고통을 받고있는 모습을 보고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고백했다. 천주교가 운영하는 곳,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곳, 다른 의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곳이라는 그가 세운 세 가지 조건과 일치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지난 29년간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달려왔지만 후회는 없다. “한 마디로 고통은 있지만 고민은 없다”고 신 원장은 말했다. 고통보다 보람이 크기 때문이라고도 강조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꽃동네의 삶은 매 순간이 감사한 나날이다. 힘겨운 순간마다 협조자들이 함께했다고 그는 말한다. 신 원장은 “홀로 수천 명의 환자들을 돌볼 수밖에 없을 때에도 하느님께서는 협조자를 보내주셨다”고 고백했다. 그는 “많은 일을 맡고 있어 시간을 쪼개어도 다 일을 처리할 수 없었는데 내과전문의 이경은 야고보 수녀님이 오셔서 진료의 대부분을 도맡아 주고 계신다”며 “덕분에 국내의 일은 수녀님께 맡기고 세계 12개국의 가난한 이들에 봉사할 수 있게됐다”며 감사를 전했다. 이 외에도 많은 의료 봉사자들이 꽃동네 병원을 찾아와 그와 함께 봉사와 사랑을 함께 전하고 있다. “남은 생애 전 세계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이 한 목숨 바침으로써 버림받은 한 생명, 상처받은 한 영혼이라도 더 구원하는 것이 저에게 남은 사명입니다.” 앞으로도 그는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들과 동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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