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경기] 김택용의 ‘귀맵’부터 임요환의 ‘3연벙’까지…인간미 이모저모

[그때 그 경기] 김택용의 ‘귀맵’부터 임요환의 ‘3연벙’까지…인간미 이모저모

기사승인 2017-03-31 13:03:22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가 더 위대해져서 돌아온다.

26일 스타크래프트 20주년을 기념한 블리자드 행사 ‘I <3 StarCraft’에서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CEO는 “과거와 현대가 만나게 됐다”면서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번 리마스터링에서는 4K UHD 해상도 지원을 골자로 고음질 오리지널 오디오 추가, 한국어 지원, 배틀넷 인터페이스 개선 등 지금껏 블리자드가 쌓아온 기술집약적인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길 것으로 기대된다.

브루드워 하면 ‘보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e스포츠의 아버지로 일컫는 신주영과 이기석, 그리고 황제로 군림한 임요환까지.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의 기원이라 할 만큼 큰 인기를 구가했다. ‘나 만큼 미쳐봐’라 자신한 한 프로게이머의 열정은 국제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e스포츠의 기초가 됐다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링을 기념해 브루드워 명경기를 다시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쿠키뉴스=문대찬 기자] “발견하나요, 발견하나요? 못 발견…발견했어요!”

김택용은 2011 MSL D조 32강에서 이영호와 맞붙었다. 맵은 당시 새로 추가된 몬테 크리스토(Monte Cristo)였다.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아무래도 다른 맵에 비해 많은 연구를 필요로 했다. 중계진도 경기 초반 이를 강조했다. 

이영호는 김택용을 상대로 과감한 전략을 선택했다. 김택용의 본진 근처에 전진 8배럭을 준비한 것이다. 그 당시 김택용은 막 프로브를 상대 진영으로 보내던 참이었다. 하지만 배럭이 위치한 곳과는 방향이 달랐다. 행로를 바꾸지 않으면 이영호에게 꼼짝없이 당할 수 있었다.

그런데 프로브가 배럭 근처를 지나치려하자 관중석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특히 한 여성이 ‘익룡’의 울음소리와 가까운 고함을 질렀다. 

뒤이어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발생했다. 프로브가 순간적으로 행로를 바꿔 급선회한 것이다. 결국 배럭이 발견되고, 이영호의 전략은 무산됐다.

중계 화면에 포착된 두 선수의 표정이 압권이었다. 이영호는 화가 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표정을 구긴 반면 김택용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양심에 가책을 느꼈던 것인지 김택용은 유리한 상황을 이용하지 못하고 이영호에게 패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귀맵’ 논란이 점화됐다. 

귀맵이란 쉽게 말해 관중의 소리를 이용해 상대방의 움직임이나 전략을 캐치하는 것을 일컫는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방음부스가 없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선수가 정말 귀맵을 했는지는 분별할 수 없었다.

결국 지난 2015년 아프리카TV 방송자키(BJ)의 방송을 통해 ‘귀맵 논란’의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소리가 들렸나요, 안 들렸나요” 묻는 BJ의 질문에 김택용은 “사실 들렸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하겠다는 다짐도 ‘귀맵’의 유혹을 이기지는 못했던 것이다. 


“인간이라면 세 번은 안 쓰겠지, 했는데 또 쓰더라”

김택용이 순수한 인간미를 보여줬다면 임요환은 다소 잔인하다 싶을 정도의 승부사 기질을 보여줘 화제가 됐다. 이제는 임요환과 홍진호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단어가 된 일명 ‘3연벙’이다. 

임요환은 2004년 11월 12일 EVER 스타리그 2004 4강 2주차 경기에서 홍진호와 맞붙었다. 라이벌인 둘이 펼치는 이른바 ‘임진록’은 현재까지도 회자될 만큼 많은 명경기를 낳았다. 

당시 스타크래프트 팬들은 모처럼의 임진록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충격적인 경기내용이 펼쳐졌다. 상대 본진 앞에 벙커를 짓는 ‘벙커링’으로 임요환이 3경기를 내리 따낸 것이다. 임요환이 세 차례나 같은 전술을 펼쳤음에도 홍진호는 제대로 된 대처 한 번 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경기 시간은 총 22분52초로 후에 리쌍록(이영호vs이제동)으로 기록이 갱신되기 전까지 역대 최소 시간 경기였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홍진호는 경기가 끝난 후 팬카페에 “오늘 저는 폭풍 저그가 아니라 그냥 저그였습니다”라는 글을 남기며 울분을 삼켰다.

홍진호는 이후 2014년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두 차례 벙커링으로 당한 뒤 흔들렸다”며 “임요환이 인간이라면 세 번은 안 쓰겠지 했는데, 또 하더라”고 털어놨다.

임요환 역시 한 매체를 통해 “사실 벙커링은 주된 전략이 아니었다. 이후 준비해온 전략들이 더 있었는데 진호가 못 막을지 몰랐다”고 밝혀 홍진호를 두 번 죽였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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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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