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소통㊲] 타우바테 협정(Convenio di taubate’)과 과잉생산의 딜레마(dilemma)

[최우성의 커피소통㊲] 타우바테 협정(Convenio di taubate’)과 과잉생산의 딜레마(dilemma)

기사승인 2017-05-11 09:16:35

지난 2월 기준 우리나라 쌀 재고량은 정부관리 양곡과 민간 재고를 합쳐 351만 톤으로 통계작성 시작인 1970년 이후에 최고치에 달한다고 하며, 벼농사 수익률은 50%까지 떨어져 역대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쌀 재고 관리비용이 연간 5,0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대부분 ‘커피’하면 브라질을 떠올리지만, 브라질은 커피 때문에 살기도 하고 국가적으로도 큰 위기를 만나기도 한 나라다. 특히 커피의 대량생산과 쌓이는 재고로 인해 위기를 겪었던 일이 있었다.

19세기에 커피를 마시는 세계인구가 늘어가면서 브라질에서는 커피는 돈이라는 공식이 성립되고 있었다. 지주들은 커피농사에 뛰어들었고, 브라질의 밀림을 파괴하며 농장을 만들고 수많은 커피나무를  심었다. 커피는 좋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기에 이는 분명히 남는 장사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주로 여섯 가지 품종을 재배했으며 대부분 브라질의 국민 커피인 크레오로(Creolo)종이 재배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냉해와 바람에는 약하지만 부드러운 맛이 나는 부르봉종(Bourbon)종이 재배되었다. 

이 품종은 크레오로 종보다 수명이 짧았지만 그 대신에 더 많은 열매를 맺었다. 보투카투(Botucatu) 또는 옐로우 버번이라고 불리는 품종은 카페인 함유량이 많았는데 그 열매는 익어서도 노란색을 띠었다. 

자바커피는 이른 시기에 브라질로 옮겨와 재배되었는데 수확은 많았지만 맛이 좋지 않았고, 그 다음으로 가장 키가 큰 마라고지페 (Maragogpe)종 이 있었는데 수확량은 많지 않았고 그래서 시도된 것이 부르봉과의 교배품종이었는데 열매가 많이 맺히고 맛도 좋았다.

마침내 1906년이 되었을 때 브라질 국민재산의 약 90%가 커피재배에 투자되었고 신규수확량이 2,000만 자루 정도로 짐작되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양의 커피가 생산되면서 브라질 경제에 위기가 찾아왔다. 커피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이 사실은 많은 돈을 벌기위해서 커피나무를 심고 농장을 확장했던 사람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았다.  

이때 세계경제사에 기록될만한 일인 타우바테 협정(Convenio di taubate’)이 이루어졌다. 이것이 세계최초의 정부수매에 의한 가격보호조치이다. 시칠리아노라는 사람에게서 이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그는 상파울루 출신으로 이탈리아계 브라질 사람이며 경작자이자 상인이었다. 

그가 제시한 방법은 구약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애굽의 총리대신 요셉의 정책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먼저 정부는 브라질 전체에 새로운 커피경작을 금지하는 법령을 선포한다. 그 후에 정부가 큰 부담 없이 중간상인의 역할을 맡아 수확물을 싼 가격에 사들이고, 시간이 지나 시장이 유리하게 되면 커피를 되파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브라질 정부는 1913년 2월까지 이 정책을 통해 커피의 과잉생산문제를 해결하는 듯 했다. 

하지만 브라질 커피의 위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맛보다는 양을 중시하여 생산의 양만 늘려왔던 브라질 커피정책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세계의 커피 소비자들은 톡 쏘는 맛을 내는 브라질 커피의 맛을 외면하고, 이보다 훨씬 부드럽고 마일드(Mild)한 맛과 향을 내는 브라질 이외의 커피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는 브라질이 커피의 대량생산에 몰두해 맛과 향에 신경을 쓰지 않는 동안, 주변국들이 커피의 질적 향상에 매진한 결과였다.

콜롬비아, 니카라과, 코스타리카의 부드러운 커피들이 브라질 커피를 대체하면서 브라질 커피가 설 자리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브라질 정부도 재정난이 심각해져서 더 이상 브라질 커피의 높은 가격을 보장해주는 정책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드디어 1929년 10월에 브라질 경제의 핵심 커피연구소(Instituto do Cafe’)가 무너져 내렸고 1931년 브라질의 커피가격은 폭락했다. 이미 수확한 커피가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되자 브라질에서는 대규모로 커피열매를 소각하는 일이 일어났고, 심지어 커피열매를 석탄처럼 가공하여 연료로 사용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과잉생산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단 다양한 품종을 개량하는 것이다. 맛과 향이 뛰어나고 영양성분도 좋은 상품을 생산해 낸다면, 소비자들은 값이 비싸도 이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커피전쟁중이다. 골목마다 카페들이 즐비하고, 가격경쟁이 붙어 천 원짜리 커피도 쉽게 찾아볼 수도 있다. 1 리터에 가까운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카페도 있다. 수많은 카페들이 원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가격으로 커피를 팔다가 더 이상 못 견디고 문을 닫는다. 맛과 향보다 양을 중시해서 무조건 많이 생산하던 브라질 커피시장의 몰락을 보는듯하다.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양보다 질, 맛과 향의 질을 높이는 차별화만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가장 확실하고도 좋은 길이 아닐까?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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