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미신고 의료인에 면허정지 추진…의사 반발

아동학대 미신고 의료인에 면허정지 추진…의사 반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차라리 학대범 일괄적으로 중형에 처하라"

기사승인 2017-05-16 01:00:00

[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진료 중 의사가 학대 사실을 발견하고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토록 하는 의료법이 발의되자 산부인과 의사 단체가 반발했다.

지난 10일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은 의사가 진료 과정 중 아동이나 노인, 장애인 등의 학대를 발견하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의사의 면허를 최대 6개월까지 정지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진료 의사에게 의무를 부여하면 손쉽게 아동, 노인, 장애인의 학대가 근절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의사단체는 이에 대해 ‘편의적이고 포퓰리즘적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아무리 고귀한 목적이라도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적절해야 하고 헌법상의 비례의 원칙에 맞아야 한다”며 “아동, 노인, 장애인 학대가 그렇게 심각한 범죄이고 근절이 필요하면 차라리 아동, 노인, 장애인 학대범을 모두 일괄적으로 중형으로 처벌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 학대 행위를 근절하는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사회는 “아동, 노인, 장애인의 학대를 막기 위해 의사의 면허를 정지해야 한다는 것이 정당한 입법일 수 없다”며 “대한민국 아동, 노인, 장애인 학대의 발생이유가 의사 때문이고 근절 전담 책임이 의사에게 있다는 말인가”하고 반문했다.

또한 의사회는 “아동, 노인, 장애인 학대는 은밀히 이루어지고 가해자, 피해자 모두 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진료현장에서 의사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고 최근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아이, 노인, 장애인에 대해 외면하거나 식사를 주지 않고 소리를 지르는 등 정서적 학대도 증가하고 있어 특별한 외상이 없는 경우 정신과적인 상담 없이는 학대를 의심할 수조차 없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발적 일회성 단순 폭력과 학대를 구분할 기준도 현장에서 불명확하고 의사에게는 사건 수사권도 없어 객관적 증거도 없이 면허정지를 당하지 않기 위해 수사기관에 무리하게 신고했을 경우 오히려 피신고자로부터 무고의 역고소로 처벌당할 위험도 높다”고 강조했다. 

김재선 산의회 공보이사는 “특정과를 막론하고 전체 의료인에게 부당한 입법”이라며 “학대와 진료 의사 사이에 연관성이 전혀 없다. 안전운전 하고 있는 운전자에게 신호위반 사례를 신고하지 않았다고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의사들은 진료 중 학대사실을 발견하면 최우선적으로 환자 보호를 위해 협조하고 있다. 또 신고의무가 있다는 점도 모두 숙지하고 있다. 다만 학대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면허를 정지하는 것은 과도하고 황당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사회는 “의사가 면허정지 당하지 않기 위해 모든 사례를 학대사례로 의심의 눈빛으로 치료할 경우 의사와 환자 사이에 근본신뢰가 무너지고 상호 불신을 조장한다”며 “의사면허를 볼모로 대한민국의 학대행위를 근절하겠다는 황당하고 초법적인 발상을 스스로 즉각 철회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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