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문대찬 기자] 롯데 박세웅(23)이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 투수로 성장하고 있다. 롯데를 우승시킬 ‘안경 쓴 에이스’가 되기에 손색없는 모습이다.
박세웅은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5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행진을 이어간 박세웅은 평균자책점 1.85로 이 부문에서 전체 선발 투수 중 3위, 토종 선발 가운데서는 1위로 올라섰다.
2015년 kt에서 데뷔한 박세웅은 그 해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에는 선발투수로서 데뷔 첫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5.76을 기록했다.
올해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활짝 만개했다. 패스트볼 제구가 잡히면서 변화구의 위력도 극대화 됐다. 평균 143.7km에 이르는 패스트볼을 던지며 상황에 따라 150km로 구속을 끌어올리는 등 완급조절도 유연해졌다.
기록적으로도 향상됐다. 방어율은 물론이고 현재까지 피홈런이 1개도 없다. 볼넷도 줄었다. 지난 시즌 9 이닝 당 볼넷 개수(BB/9)가 4.01개였으나 올해는 2.77개에 불과하다.
‘안경 쓴 에이스’ 계보가 현실화되고 있다. 롯데는 고(故) 최동원과 염종석이라는 안경 쓴 우완 에이스가 마운드에 오르던 시절 한국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박세웅 역시 스포츠 고글을 쓰고 마운드에 오른다. 박세웅이 롯데에 이적한 당시부터 롯데 팬들은 안경 쓴 우완 에이스의 재림을 기대했다. 2년이 지난 현재 박세웅은 자신이 팬들의 꿈을 실현시킬 재목이란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워낙 페이스가 좋다보니 일부 팬들은 벌써부터 박세웅의 최동원상 수상 가능성을 점친다.
2014년 제정된 최동원상은 시즌 최고의 투수에게 수여하는 ‘한국판 사이영상’이다. 1회 수상은 KIA 양현종이, 2회 수상은 두산의 유희관이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두산의 장원준이 최동원상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물론 최동원상을 언급하기엔 시기상조다. 롯데는 현재 39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다. 시즌은 길고 슬럼프·부상 혹은 체력 문제 등의 요인으로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다. 타 팀 투수들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최동원상이 언급된다는 건 그만큼 박세웅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높다는 방증이다. 박세웅이 최동원상을 수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수상의 상징적인 의미가 더해질 수 있다.
92년 이후 우승을 맛보지 못한 롯데다. 박세웅이 해묵은 우승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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