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문대찬 기자] 강정호(30)에게 내려진 ‘사형선고’가 그대로 유지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김종문 부장판사)는 18일 열린 음주운전 및 사고 후 미조치 혐의의 강정호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을 그대로 인정하며 항소를 기각했다.
강정호측의 읍소에도 재판부는 완강했다. 지난해 12월 혈중알코올농도 0.084% 상태로 운전하다가 서울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난 강정호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강정호 측은 “형이 유지될 경우 비자 발급이 불가능해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없다. 잘못이 작지 않지만 야구를 포기하는 건 사형선고와도 같다”며 재판부에 감형을 호소했다.
하지만 18일 공판에서 재판부는 “음주 운전으로 두 차례 벌금형 처벌을 받고도 다시 음주 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그대로 도주한 점 등 불리한 정상이 있는 만큼 1심의 형이 무겁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정호 측의 요청을 외면했다.
이로써 강정호는 미국 취업 비자 발급에 더욱 난항을 겪게 됐다. 사실상 메이저리그 복귀가 무산될 공산이 크다. 피츠버그 구단이 항소 기각에도 강정호의 비자 발급을 돕겠다고 나섰지만 미 국무부가 비자를 내줄 가능성은 적다. 실형이 유지되는 현 상태로는 국내 프로야구 복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준과 원칙을 지킨 재판부의 판결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강정호에 내려진 형벌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야구팬도 있다. 차라리 벌금형을 가중시켜 잘못을 뉘우치게 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강정호의 야구인생에 사형선고를 내린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다름 아닌 강정호 본인이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음주 교통사고는 총 15만 여건이다.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망률은 일반 교통사고의 7.7배나 된다.
그런데 강정호는 1번도 용납되기 힘든 음주운전을 무려 3차례나 범했다. 야구도 3아웃이면 이닝이 종료된다. 이에 따라 강정호는 면허가 취소됐고 죄책에 걸맞은 판결을 받았을 뿐이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은 누구나 아쉬울 것이다. 하지만 원칙은 원칙이다. 그간 한국 사회는 솜방망이 처벌, 차등적 판결과 같은 병폐로 몸살을 앓아왔다.
기업인이든 고위 공무원이든 법 앞에서 평등하다. 같은 잣대에서 공정한 처벌을 받는 게 맞다. 일부 팬들이 주장하는 ‘운동선수’라는 특수한 처지의 강정호도 예외는 아니다.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받은 의아한 처벌에는 문제를 제기하고 격분하면서 강정호에게 유달리 유연한 잣대를 들이미는 연유는 무엇일까.
재판부의 원심 유지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혔듯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한다. 강정호에게 내린 선고는 기준과 원칙이 바로 선 사회를 향한 하나의 발걸음이다.
한편으로 당초 강정호를 벌금 1500만원에 약식 기소한 검찰의 행보는 여전히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죄를 고발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범죄자를 변호했다.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기형적인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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