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앞으로 인간이 혼자 진료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인공지능과의 협업은 불가피합니다."
18일 한국병원경영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이언 가천의대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장은 IBM 왓슨 도입 이후 달라진 진료문화에 대해 발표했다.
가천길병원은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암 진단용 인공지능(AI)인 IBM 왓슨(Watson)을 도입했다. 이후 왓슨은 현재까지 건양대병원, 부산대병원 등 5곳이 추가로 들여오며 주목받고 있다.
이 단장은 “2014년 미국임상암학회에서 환자진료에 인공지능 왓슨을 적용한 사례를 보고 도입을 고려하게 됐다”며 가천대길병원의 IBM 왓슨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내부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왓슨을 도입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암 환자들은 생명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베스트 닥터를 원한다”며 “최고 품질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김 단장은 “국내 암환자 70%가 일부 대형병원으로 쏠려있고, 이 병원들이 암 진료비의 90%를 독식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태였다”며 “암 환자 한 명당 16시간을 투자해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국내 의료현실에서는 다수의 환자가 일부 의료진을 기다리는 형국이라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의 독주를 견제하는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의료분야에 있어 인공지능 활용도가 높아지면 의료기관 간 격차가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진료 현장에서 왓슨은 주로 암 진단에 활용된다. 김 단장은 “내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등 각 분야별로 여러 명의 전문의들이 팀을 구성하고 한 자리에 모여 환자상태를 진단하고 왓슨의 진단을 참고해 의사결정을 내린다”며 “이를 통해 휴먼 에러(error)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진료 관행과 문화도 변화했다. 이 단장은 “환자에게 어떤 단계를 거쳐 의사결정을 하게 됐는지 상당히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며 “모든 정보를 환자와 대등하게 나누고 머리를 맞대 결정을 내린다. 의사들이 좋아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결국 시대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명한 의료진들도 왓슨 다학제 진료를 논의할 때에는 정말 철저하게 준비해온다. 사실상 의사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환자들에게는 훨씬 좋은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환자가 의료진보다 인공지능을 더 신뢰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단장은 “환자에게 왓슨의 진단과 의사의 진단 중 선택을 요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혹여 왓슨과 의료진의 의견이 다르더라도 의사들이 다시 한 번 논의해 왜 왓슨과 의견이 다른지 점검한다. 왓슨을 참고하는 것일 뿐 결국 의사의 진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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