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의 두 얼굴

매운맛의 두 얼굴

기사승인 2017-05-22 02:00:00

[쿠키뉴스=전미옥 기자] 한국인에게 매운맛은 매 끼 식탁에 오를 만큼 친숙한 맛이다. 특히 최근에는 매운맛 열풍이라 불릴 정도로 매운 음식들이 각광받고 있다.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서정연(25·여)씨는 매운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서씨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매운 떡볶이나 닭발을 먹는다”며 “먹을 때는 눈물·콧물에 땀도 쏟지만 매운맛이 가시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전라남도 목포에 사는 김희연(26·여)씨는 맵게 먹는 일이 습관화돼있다. 그는 “매운맛이 없으면 개운하게 잘 먹었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며 “모든 음식에 청양고추를 썰어 넣고, 식당에서는 매번 맵게 해달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매운맛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들이 즐기는 화끈한 매운맛의 주인공은 바로 캡사이신이다. 고추에 포함된 캡사이신은 항암효과를 비롯해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러한 매운맛이 암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매운맛과 암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캡사이신의 항암효과는 국내외 다수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서울대 약대 서영준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피부암 세포를 주입한 쥐에게 캡사이신을 도포한 결과 그 중 60%의 쥐가 피부암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캡사이신을 바르지 않은 쥐는 100% 피부암으로 발전한 것을 확인했다. 또한 다수 연구들에서 캡사이신에서 암세포를 죽이거나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항암효과를 확인했다. 

그러나 반대로 캡사이신이 암 발생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김헌식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혈액암세포를 대상으로 고용량 캡사이신을 투여하고 자연살해세포 활성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캡사이신 투여 전 32%에서 100μM 투여 후 4%로 자연살해세포 활성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저용량의 캡사이신 20μM을 투여했을 때에는 자연살해세포 활성도가 27%로 투여 전 32%와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또한 고용량의 캡사이신은 체내 수용체인 TRPV1 단백질과 결합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자연살해세포의 기능 장애를 유도하는 것도 확인됐다. 이처럼 캡사이신 자체가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과도하게 섭취하게 되면 암세포를 공격하는 우리 몸의 아군 즉, 자연살해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결국 위암을 비롯한 암 발생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헌식 교수는 “캡사이신의 항암효과는 양날의 검”이라며 “고용량 캡사이신이 암세포를 죽이기는 한다. 그러나 우리 몸의 항암면역세포 기능을 억제해 오히려 암 발생을 촉진한다는 부작용이 있다. 두 가지를 같이 살펴봤을 때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운맛을 적당하게 즐길 것을 권한다. 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매운맛은 통각이다. 적절한 자극은 항암효과뿐 아니라 위를 튼튼하게 하고 무엇보다 엔돌핀을 분비해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매운 음식을 먹고 난 후 후련하게 느끼는 것이 이 때문”이라며 “그러나 최근에는 고추와 같은 식품에서 얻는 매운 맛이 아니라 캡사이신을 따로 추출해서 입이 아플 정도로 과도하게 즐기는 경우가 많다. 과유불급이므로 적절한 만큼만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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