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쌍둥이 엄마 김지은(30)씨는 25주 이틀째 되던 날, 예정일보다 빠르게 아이를 출산했다. 당시 724g, 850g으로 나란히 태어난 쌍둥이는 미숙아 중에서도 작은 편에 속했다. 아이들은 출산 직후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져 약 100일이 넘도록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았다. 문제는 퇴원 이후에 생겼다. 미숙아의 경우 일반 신생아들과는 발달경과가 다르지만 참고할만한 정보나 상담기관이 거의 없었다. 재활치료를 받고자 병원을 찾아도 장애판정이 나오는 1년 이후에나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막막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미숙아 부모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은 매우 열악합니다. 부디 선진국처럼 안정된 상태에서 육아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길 바랍니다.” 미숙아 분야의 권위자인 건국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민희 교수는 “미숙아 부모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부모들은 혹여나 아이가 잘못될까,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하며 병원이나 치료기관을 전전하고 있지만 미숙아 양육에 도움을 주는 기관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숙아의 경우 병원에서 퇴원한 후에도 정상아와 성장 발달 양상이 달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주변에 경험자가 거의 없고 관련 정보도 적어 양육 시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많다. 김 교수는 “현장에서 미숙아 부모들을 만나보면 ‘막막하다, 걱정된다’며 불안을 호소한다”며 “정상아들도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데 하물며 미숙아 양육은 어떻겠느냐. 정보도 부족할 뿐더러 가정이 안정되지 않다보니 부모와 아이 사이에 애착관계 형성도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숙아들은 발달지연 이외에도 뇌성마비, 시각 및 청각 장애, 미세신경발달 장애 등 장애가 발생할 우려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조기 치료를 목적으로 재활병원이나 사설치료기관을 전전하거나, 불안감으로 인해 집안에서 나오지 못하는 보호자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미숙아 양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의 안정’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좋은 자극을 받으면 두뇌발달에도 도움이 되지만 0세부터 1세까지는 부모와의 애착을 형성하는 시기고 장애가 객관화되지 않는 시기다. 이때 슈퍼 조기 발견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미한 장애나 발달지연은 장애 판정 이후 치료를 진행해도 늦지 않으므로 가정에서의 안정적으로 양육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김 교수는 KU한우리 이른둥이 프로그램을 마련해 한국식 미숙아 지원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미숙아와 보호자 가정을 대상으로 ▲가정방문 조기개입 서비스 ▲자조그룹 모임 ▲발달검사 등을 6개월 동안 주 2회 이상 제공하고 있다. 이번 지원사업은 미숙아 가정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부터 시작됐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미숙아 전문의를 비롯해 간호사 임상심리사, 소아재활치료사,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팀이 미숙아 가정을 방문해 재활치료, 스트레스 관리, 인지발달과 언어치료 등을 제공하고, 한 달에 두 번 자조 그룹 모임을 통해 수유와 조제분유 먹이기, 이유식 시작시기와 체온조절, 예방접종 등 일반적인 돌보기 방법부터 교정연령별 소아발달검사표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정지애(38)씨는 “임신 중 자궁 수축 증상이 나타나 29주 만에 아이가 나왔다. 출산 당시 아이가 작고 신장에도 문제가 있어서 걱정이 많았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 치료나 마사지 등 교육도 해주고 있어 도움을 받고 있다”며 소감을 밝혔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도 퇴원 후 미숙아에 대한 지역사회에서 계속적 관리를 제공해주는 공적 의료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며 “문제가 발생된 미숙아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장기적인 통합관리를 통해 각자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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