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그룹 빅뱅 탑이 현재 심한 기면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7일 오후 4시 서울 안양천로 이대목동병원 대회의실에서 이 병원 김한수 홍보 실장은 “탑의 가족과 상의했고 모친의 동의를 받았다”는 말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먼저 탑이 처음으로 병원에 왔을 때부터 현재까지의 상태에 대해 설명했다. 김 실장은 “환자는 지난 6일 오후 12시34분 이대목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도착했다”며 “도착 당시 세 명의 동반자가 있었다. 한 명은 환자의 상지, 두 명은 하지를 든 채로 내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응급의학과에서 진찰한 결과 환자의 의식 상태는 일반 자극에는 반응이 없고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기면과 혼미 사이의 상태였다”며 “동공이 축소돼 있었고 빠른 맥박 등 불안정한 소견을 보였다. 동맥 검사 결과 고 이산화탄소 증세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소변 검사 결과 벤조다이제핀이 양성으로 나타났다”며 “신경안정제 과다복용으로 인한 호흡 부전으로 판단했다.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같은 날 오후 4시25분 쯤 응급 중환자실로 이송했다”고 전했다.
하루가 지난 7일 탑의 건강 상태는 조금 호전된 상태였다. 김 실장은 “금일 오전 검사결과 고 이산화탄소 증세는 호전됐지만, 의식은 여전히 심한 기면 상태였다”며 “신경과와 정신건강과의 협진을 시도했지만 기면 상태로 반응하지 않아 힘들었다. 오후 3시 재시도 했지만 회복되지 않아 정신과 면담이 불가능했다. 호전되면 협진을 재시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탑이 기면 상태에 빠진 원인은 신경안정제 벤조다이제핀 과다 복용으로 추측했다. 주치의인 응급의학과 이덕희 교수는 “정확히 벤조다이제핀 몇 알을 먹어야 심한 기면 상태가 된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얼마나 복용했는지는 보통 환자의 진술만으로 알 수 있다. 환자 상태가 안 좋아서 많이 복용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환자의 나이와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경험적으로 봤을 때 합병증이 없으면 일주일 이내에는 회복된다”고 말했다.
심한 기면 상태라는 표현에 대한 부연 설명도 덧붙였다. 신경과 김용재 교수는 “처음 실려 왔을 때 환자는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의식 상태”였다며 “지금은 자극을 주면 눈을 뜨지만, 10~20초 동안 눈을 마주치고 집중할 수 없는 상태다. 의식이 명쾌하게 회복된 상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탑이 중환자실로 이송된 이유는 고(高) 이산화탄소증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혈액 검사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았다”며 “계속 높은 수치를 보이면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호흡이 떨어져서 호흡 정지가 오게 된다. 합병증을 막기 위해 피검사로 추적 관찰한 결과 미세하게 호전을 보여서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탑이 잠을 자고 있다는 주장과 의식불명이라는 주장이 부딪히는 것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의식이 명료하지 않다는 말이 애매하다”며 “일반적으로 의식이 명료하지 않다고 하면 심각한 상황으로 생각하지만, 의학적으로 봤을 때는 술에 과다하게 취한 상태도 의식이 명료하지 않다고 표현한다. 그런 점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흔히 말하는 잠에서 막 깬 상태와는 다르다”며 “처음엔 바늘을 찌르거나 통증을 줬을 때 움찔하거나 하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좀 나아져서 깨어나도 눈 뜬 상태를 지속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잠에서 깬 상태보다는 조금 더 심각한 상태다”라고 진단했다.
앞서 탑은 지난해 10월 자택에서 가수 연습생 A씨와 함께 네 차례에 걸쳐 대마를 흡연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이로 인해 지난 5일 근무 중이던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실 소속 악대에서 서울 지양로에 위치한 서울지방경찰청 4기동단으로 전보 조치됐다.
하지만 탑은 다음날인 6일 정오까지 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지 못해 응급실로 후송됐다. 이날 한 매체는 탑 지인의 말을 인용해 “탑이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경찰은 “의식불명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의사 소견으로는 평상시 복용하던 약이 과다복용 된 것 같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항은 환자가 일어나야 알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탑의 가족들은 다시 경찰의 말을 뒤집는 발언으로 진실공방을 불러왔다. 7일 오전 탑의 모친은 “아들 상태가 많이 안 좋다”며 “다 죽어가는 아이를 보고 수면제 때문에 잠이 덜 깬 상태라고 발표해서 잘못 보도되고 있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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