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잠실 문대찬 기자] 이승엽의 ‘약속의 8회’ DNA가 구자욱의 피에도 흐르는 모양이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구자욱의 해결사적 면모를 엿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24)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 3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두산과의 3연전 내내 침묵했던 구자욱이다. 1차전 5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구자욱은 2차전에서도 볼넷을 3개 얻어냈을뿐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 첫 두 타석에서도 각각 삼진과 초구 플라이로 물러났다.
하지만 팀이 1대3으로 뒤진 8회말 극적인 동점 홈런을 때려냈다. 2사 후 바뀐 투수 이현승을 상대로 강한울이 안타를 쳐 출루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구자욱은 이현승의 140㎞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짜리 투런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연장 10회 찬스에도 타석에 들어서나 했으나 앞선 플레이 때 김상수의 허무한 주루 플레이가 나오며 기회가 무산됐다.
2015년에 3할4푼9리, 2016년에 3할4푼3리의 타율을 기록하며 삼성의 미래로 부상한 구자욱은 올 시즌 초반 고전했다. 3월과 4월 통틀어 2할6푼 4홈런 11타점에 그쳤다. 삼성이 최하위로 추락하면서 구자욱이 느끼는 부담도 컸다.
하지만 5월 들어 타율 3할3푼7리 6홈런 23타점을 기록하며 타점 부문 3위로 단숨에 올라섰다. 6월에도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3할3푼3리 2홈런을 기록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갔다. 이날 기록한 홈런으로 인해 홈런 부문에서도 SK 김동엽(13개)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구자욱은 삼성 팬들에게 각별한 존재다. 올해로 끝으로 은퇴를 앞둔 이승엽을 이을 삼성의 차세대 프랜차이즈 스타다. 성장세마저 20여 년 전 이승엽의 행보와 꼭 닮았다.
이승엽 역시 구자욱에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구자욱의 최근 활약도 이승엽의 조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구자욱은 “이승엽 선배님이 일본의 잘 쳤던 타자들의 영상을 보내주셨다. 그걸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승엽은 지난 6일 두산과의 1차전에서 8회와 10회 결정적인 적시타와 홈런을 때려내며 혈투 끝에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를 본받기라도 하듯 이날 경기 삼성을 지탱한 것은 구자욱의 한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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