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가다] U-20 월드컵, 짚어볼만한 5가지 이슈

[현장을 가다] U-20 월드컵, 짚어볼만한 5가지 이슈

U-20 월드컵, 짚어볼만한 5가지 이슈

기사승인 2017-06-13 06:00:00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52번째 종료휘슬이 울렸다. 미래 축구를 책임질 젊은 스타들이 그라운드에서 열정을 쏟았다. 세계가 주목했고, 이적시장은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전이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막을 내렸다. 화끈한 공격축구가 돋보이는 경기가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사상 첫 결승에 이름을 올린 잉글랜드와 베네수엘라는 의욕적으로 경기에 임했고, 관중석에선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결과는 잉글랜드의 1대0 승. 이들은 전반 파상공세로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묵직한 수비로 상대의 반격을 막았다. 축구 종주국다운 높은 수준의 경기였다.

▶대회 승리공식 ‘공격축구’

수비전술이 득세하는 현대축구에 낭보를 띄운 대회라 할 만하다. 결승전에 오른 두 팀 모두 공격전술을 주로 구사했기 때문이다.

준우승팀 베네수엘라는 이번 대회 7경기에서 14골을 몰아쳤다. 코르도바, 페냐란다, 루체나 등은 저돌적이면서 창의적인 플레이로 스카우터의 이목을 끌었다. 소사는 104분의 적은 출전시간에 3개의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조커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잉글랜드 역시 공격축구를 선호했다. 이번 대회 MVP에 빛나는 도미닉 솔란케를 중심으로 루크만, 도웰, 토모리 등이 화려한 발재간을 뽐내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조별리그에서 5골을 몰아치며 시동을 건 잉글랜드는 결선 토너먼트 4경기에선 7골을 넣었다.

화끈한 공격축구는 결승전에서 절정에 달했다. 선제골을 넣은 잉글랜드는 후반 막판까지 공격수를 뒤로 물리지 않으며 틈을 노렸다. 때론 공간을 내주며 위험천만한 장면이 연출됐고, 반대로 좋은 찬스가 나오기도 했다. 경기를 지켜보는 입장에서야 즐겁겠지만, 승리를 쟁취해야 하는 감독의 선택으로는 상당히 의아한 대목이다.

폴 심프슨 감독은 단호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체성을 지키려 노력했다. 그것은 바로 공격적인 전술이다”면서 “공격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게 우리들의 목적이다. 이번 대회 우리 팀의 정체성이었고, 이번 결승전에서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연호한 한국 관중들

“마치 홈에서 경기를 하는 느낌을 받게 해준 한국 관중 여러분께 감사하다”

베네수엘라 U-20 축구대표팀의 사상 첫 결승행을 이끈 라파엘 두다멜 감독은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베네수엘라는 종료 휘슬이 그라운드를 메우기 직전까지 잉글랜드를 몰아붙였지만 동점골을 넣는 데에 실패했다.

이날 전반전에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며 고전한 베네수엘라다. 그러나 경기장을 찾은 한국 팬의 열화와 같은 응원에 힘입어 후반에만 슈팅 13개, 유효슈팅 4개를 기록했다. 페널티킥을 얻는 등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경기 후 두다멜 감독은 “응원해줘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행복했다. 응원이 선수들에게 동기를 줬고, 열심히 뛰게 했다. 한국 팬들께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돌풍을 일으킨 베네수엘라는 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조별리그에서 우승후보 독일을 꺾는 등 3승으로 시동을 건 이들은 일본, 미국, 우루과이를 연달아 격파하며 결승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준결승 우루과이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장면은 매스컴에서 내내 회자됐다.

▶홈에서 넘어진 한국, 사실상 ‘도전’에 가까웠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미만(U-20)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16강 포르투갈전에서 1대3으로 무너졌다. 포르투갈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한 판이었다. 이들은 초반부 단 2차례 슈팅으로 2골을 뽑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반면 한국은 점유율에선 앞섰지만 오프사이드 트랩에 꽁꽁 묶이는 등 효과적으로 경기를 풀지 못했다.

경기 후 질타와 탄식이 이어졌다. 홈에서 치르는 첫 대회인 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조별리그 대 잉글랜드전 선발라인업에 대한 결과론적인 비판도 이어졌다. 당시 최소 비겼으면 조 1위로 16강에 진출, 코스타리카를 만날 수 있었다는 거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당초 ‘대결’이란 표현이 낯 뜨겁다. ‘도전’이 적절하다. 한국전에 나선 포르투갈 선발라인업을 보면 11명 전원이 포르투갈 프로팀 소속이다. 이번 시즌 우승을 차지한 SL 벤피카 선수는 4명이나 있다. 무리뉴 감독을 만든 FC 포르투 소속 선수도 4명이다. 이 외에도 스포르팅 리스본, 브라가 등 리그 우승에 근접한 팀이 즐비하다.

한국의 또 다른 1패 팀인 잉글랜드의 스쿼드도 화려하다. 결승골을 넣은 키에런 도웰과 한국 골문을 줄기차게 두드린 아데몰라 루크만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에버튼 소속이다. 이 외 선수도 아스널, 첼시, 토트넘, 리버풀,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프로팀에 몸담고 있다.

반면 한국의 프로팀 소속 선수는 5명뿐이었다. FC 바르셀로나 B(리저브)와 후베닐A, FC서울, 포항 스틸러스, 전남 드래곤즈다. 그 외 6명은 대학팀에서 프로데뷔를 준비 중인 선수들로 채워져 있다.

실전경험은 경기력으로 나타났고, 신태용 감독도 이를 어필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했다. 포르투갈 선수 명단을 보면 해외 유명 프로팀에서 뛰고 있는 게 느껴진다, 우리는 K리그에서조차 명단에 못 들어가거나 대학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대한 ‘존중’ 내지는 ‘무시’

환호성과 야유가 오갔다. 존중이 있는 곳엔 환호가, 그렇지 못한 곳엔 야유가 쏟아졌다.

우루과이 미드필더 페데리코 발베르데는 지난 4일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두 손을 양쪽 눈 끝에 갖다 대는 세레머니를 했다. 이 행동은 흔히 동양인을 비하할 때 취하는 제스처다.

대회가 한국에서 진행 중인 만큼 해당 세레머니는 큰 논란을 낳았다. 국내 팬뿐 아니라 해외 언론들도 해당 세레머니에 대해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조롱했다”며 날을 세웠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발베르데는 “친구에게 한 개인적인 세레머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곧장 터진 제2의 비하행동으로 발베르데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우루과이축구협회는 공식 SNS를 통해 우루과이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눈을 찢는 포즈로 찍은 사진을 당당히 공개했다. 이후 매스컴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이들은 “관자놀이에 양 손 검지를 대는 건 ‘미치도록 열심히 잘 했다’는 뜻”이라고 무마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게 됐다. 3·4위전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승부차기에서 발베르데가 키커로 나서자 야유는 절정에 달했다. 그는 오히려 야유를 더 듣고 싶다는 듯 두 손을 귀에 대는 제스처로 관중을 도발했다. 결국 우루과이는 이탈리아에게 패해 ‘무(無) 메달’로 귀국길에 올랐다.

같은 남미 국가지만 베네수엘라는 달랐다. 결승전에서 베네수엘라가 투혼을 발휘하자 한국 관중들은 ‘베네수엘라’를 연호했다. 감동한 두다멜 감독은 “마치 홈에서 경기를 하는 느낌을 받게 해준 한국 여러분께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행복했다”면서 “응원이 선수들에게 동기를 줬고, 더 열심히 뛰게 이끌었다.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훈훈한 답변을 보냈다.

우승국 잉글랜드의 심프슨 감독 역시 한국의 호위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난달 맨체스터 한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를 추모하는 ‘프레이 포 맨체스터(Pray for Manchester)’ 플랜카드가 조별리그 경기장에 걸리자 심프슨 감독은 “플랜카드가 인상적이었다. 관중들이 보여준 열정은 환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우승 후 인터뷰에서는 “홈팬처럼 응원해주고 친절하게 우리를 대해준 한국 시민들께 특별히 감사의 말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경기당 관중 7900명… 국제대회 개최 역량 증명

지난달 20일 시작돼 총 52경기를 치른 이번 대회에는 41만795명의 관중이 동원됐다. 경기당 평균 관중은 7900명이다. 조별리그 36경기에선 총 29만5410명, 평균 8206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리고 지난달 30일부터 진행된 토너먼트에선 16경기 11만5385명명, 평균 7211명의 관중이 경기장에 입장했다.

한국의 조기탈락으로 당초 기대했던 경기당 1만 관중에는 못 미쳤지만, 이전대회인 뉴질랜드 U-20 월드컵(2015년, 7452명), 터키 U-20 월드컵(2013년, 5558명) 평균보다 높은 수치다.

이번 대회 최다관중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기니전으로, 3만7500명이 현장을 찾았다. 이날 한국은 3대0 완승으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2번째 많은 관중은 한국 대 잉글랜드(3만5279명)다. 한국은 이승우, 백승호 등을 교체멤버로 돌렸다가 0대1로 패했다. 한국 대 아르헨티나(2만7058명), 한국 대 포르투갈(2만1361명)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타국 경기로는 아르헨티나 대 잉글랜드(1만5510명)가 가장 많은 관중이 동원됐고, F조 세네갈 대 에콰도르(1만1047명), E조 온두라스 대 베트남(1만427명), D조 일본 대 이탈리아(1만3명)가 1만 관중을 넘어섰다. 이탈리아와 우루과이가 맞붙은 3·4위전에는 1만749명이 경기를 관람했다.

특별히 이번 대회는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협조가 두드러졌다. 대회 조직위는 개막 1년 전부터 개최지인 전주, 수원, 대전, 제주 등에 협조문을 보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벌였다.

이미 여러 차례 국제대회를 개최한 경력도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대회 전 곽영진 조직위 부위원장은 “한국은 2002년 월드컵과 2007년 U-17 월드컵을 개최한 전력이 있다. 지금껏 닦아놓은 인프라는 대회 준비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자 윤활제”라면서 “큰 걱정이 없을 정도로 노하우가 쌓여 있다”고 전했다.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