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서울대병원이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외인사로 바꾼 지 하루 만에 경찰도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의 ‘오락가락 행보’와 경찰의 ‘애매모호한 사과’는 더 큰 의혹과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경찰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그 어느때보다 서늘하다. “‘정치 의사’와 ‘영혼 없는’ 관료의 전형”이라는 한 누리꾼의 반응은 대중의 시각이 어떠한지를 말해준다.
윤소하 의원(정의당·보건복지위)은 “서울대병원을 바로잡는 것이 적폐청산의 시작이다”고 말한다. 윤 의원은 고 백남기 농민 대책위 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지난 국정감사에서 서창석 서울대병원장과 백선하 교수에 대한 집요한 추궁으로 주목을 받았다.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 의원을 만나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Q. 서울대병원이 백 농민의 사인을 외인사로 수정했다.
= 1년 7개월만이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국정감사 당시 서창석 병원장과 백선하 교수가 늘어놨던 궤변이 이제야 서울대병원의 공적 기구를 통해 바로잡혔다. 정작 서창석 병원장은 병원 책임자로서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백선하 교수 역시 반성의 기미를 보이질 않고 있다.
Q. 왜 하필 지금 수정한 걸까.
= 정권 교체 후 서울대병원은 ‘올 것이 왔다’고 봤을 것이다. 병원은 수세적 입장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 같다.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침묵을 지킨 것과 매우 대비된다. 가령 최초 백선하 교수는 백 농민의 상태에 대해 ‘외상성 급성격막하출혈’라고 봤지만, 정작 사망진단서에서 ‘외상성’은 지워져 있었다. 물대포와는 거리를 둔, 다분히 의도성이 읽히는 부분이었다. 집회참가자가 경찰 진압 과정에서 부상, 곧장 사망에 이르면 국민적 저항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저항을 막기 위한 여러 ‘주문’이 있었단 정황적 증거다.
Q. 서울대병원의 오락가락 행보… 어떻게 봐야할까.
= 국립대병원으로써 공공성을 회복하고 모범을 보여야 하지만, 의료농단의 한 축으로 비리의 온상이 됐다. 서울대병원은 스스로 의료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국립대병원의 위성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서울대병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동시에 왜 의료농단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Q. 서창석 병원장 등 관련자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 서 원장은 의료농단의 한 복판에 있다. 의료인으로서 선을 넘었다. 병원 책임자로 유족에게 용서를 구해야 함에도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Q. 어떻게 하는 것이 책임 있는 반성이라고 보는가.
= 서창석 원장은 사임해야 한다. 엄청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의사윤리를 어겼다. 서울대병원장직을 유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즉각 사임이야말로 그나마 책임지는 모습일 것이다. 백선하 교수도 마찬가지다. 사임해야 한다.
Q. 서울대병원의 백씨 사인을 수정 하루 만에 경찰이 사과했다. 유가족을 만나 사과를 전한 것도 아니고 행사 자리에서 ‘한마디’ 한 만큼 비판이 일고 있다. 새 정부 들어 경찰은 소위 ‘인권 경찰’로의 변신을 내걸었지만, 인권 감수성은 여전히 미흡해 보인다.
= 과거 이한열 열사는 경찰의 최루탄에 유명을 달리 했다. 29년이 지났지만 최루탄은 살수차로 바뀌었을 뿐, 공권력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다는 점에서 경찰은 변하지 않았다. 경찰의 인권 감수성은 정권이 바뀌었지만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았다. 검경 수사권 갈등 조정 등 경찰에 대한 여러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경찰은 스스로 인권 친화 노력을 보여야 한다.
Q.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이야기한다. 서울대병원과 경찰의 내부 자정이 이뤄질 것이라 보는 국민은 많지 않다.
= 적폐청산을 큰 담론으로 여겨선 안 된다. 서울대병원에 대한 구체적 청산이 필요하다. 진상 규명과 국가적 책임이 이뤄져야 ‘폭력 경찰’ 문제로 넘어갈 수 있다. 서울대병원과 경찰이 반성의 기미를 보였다고 여기서 끝내고 말게 아니라, 책임을 요구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 문제는 비단 의료 행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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