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영수 기자] 국경없는의사회가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전세계인들의 관심 밖에 있는 난민들을 조명한다.
오늘날 세계 언론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난민은 시리아 전쟁 피해자들과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해 시리아 북부에서 6개의 의료 시설을 운영했으며, 지중해에서는 2만1,600명의 표류 난민을 구출해냈다. 비인도적인 상황에서 희생당하는 어린 아이들의 사진은 공개되자마자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시리아와 지중해뿐 아니라 우간다, 리비아,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중앙아메리카, 미얀마 등 세계 곳곳에 수많은 난민이 존재한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의 티에리 코펜스 사무총장은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집을 떠나야만 했던 2100만 명의 난민을 모두에게 상기시키고자 한다”며 “이들은 지원이 필요한 취약 계층이며, 존엄한 인간으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간다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국가다. 90만명 이상의 남수단 난민들이 우간다로 몰려왔고 이들은 인도주의 지원이 절실하다. 인구가 몰리면서 물 부족 현상이 극심해진 것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를 포함한 여러 단체가 겪고 있는 난제다.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는 지중해를 건너려는 난민들이 구금센터에 구금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들을 위해 생명을 살리는 의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구금센터에서 제공하는 음식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매우 미흡하고 구금된 난민들은 간혹 수일 동안 음식 없이 갇혀있기도 한다. 이곳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영양실조에 걸린 성인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영양실조는 보통 어린아이들에게서 발견된다.
아프리카 니제르 남동부의 경우 보코하람과 군의 충돌로 피해를 입고 있다. 니제르 정부에 따르면 분쟁을 피해 다른 지역이나 주변국으로 달아나는 난민만 24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3분의1 이상은 분쟁으로 인해 2회 이상 피난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다.
세계2차대전 이후 현재 가장 큰 전세계적 난민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피난길에 오른 난민을 억압, 억류, 송환하고 있다. 이 같은 방침은 이동중인 난민들에게 크나큰 고통을 주고 있으며 이들은 상상도 못할 온갖 종류의 폭력을 마주하고 있다. 난민들이 마땅히 받아야 하는 국제적인 보호 또는 법적 망명 등에 대한 접근이 현저히 부족하다.
코펜스 사무총장은 “한국을 포함, 1951년 난민 협약에 가입한 145개국은 난민들을 보호해야 할 법적 책임이 있다는 걸 재차 강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간다의 남수단 난민= 현재 우간다에 있는 90만여명의 남수단 난민들에게 인도적 구호 지원이 필요하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우간다는 2016년 유럽 전체가 승인한 망명자보다도 많은 수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남수단에서는 3년 넘게 내전이 일어나 사람들이 국내 또는 국경 넘어 우간다, 에티오피아, 수단 등 다른 곳으로 피난을 떠나야만 했다. 우간다에 새로 들어오는 난민의 85%는 여성과 아동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6년 7월부터 의료·식수위생 활동을 통해 우간다에 나타나는 인도적 위기에 대응해 왔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우간다 북서부 비디비디·임베피·팔로리냐·리노에 위치한 난민 정착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식수 접근성 문제는 난민 정착촌의 큰 문제 중 하나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식수 지원 활동 규모를 늘리고 있다. 팔로리냐 지역에서는 1일 평균 200만 리터의 물을 나일강에서 수송해 10만여 명에게 지원하고 있다. 4월 한 달 동안에만 5200만 리터에 달하는 깨끗한 물을 파롤리냐 지역에 공급했다.
◇리비아= 국경없는의사회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구금된 난민과 이주민들에게 생명을 살리는 중대한 의료와 1차 의료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사람들은 비인간적이고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 임의로 구금되는 경우도 많다. 구금센터에는 식량, 깨끗한 물, 의료 지원이 충분치 않다.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들어가고자 기다리는 사람 대다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즉 나이지리아,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출신이다.
2017년 1분기 동안 구금센터 7곳에서 4000여 회의 진료가 이루어졌다. 구금센터에 있는 약 1300명이 이동 진료소에서 피부 질환, 설사 질환, 호흡기 감염, 요로 감염 등에 대한 치료를 받았다.
구금센터 안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양적·질적 측면에서 미흡할 때가 많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영양실조에 걸린 성인들을 치료하고 있다. 2017년 1월, 국경없는의사회 치료식 프로그램에는 13명의 급성 영양실조 환자가 있었는데 이후 그 수가 늘어나 2월에는 19명, 3월에는 20명의 환자가 있었다.
◇중앙아메리카= 자국의 극심한 폭력을 피해 떠날 수밖에 없는 중미 사람들은 미국과 멕시코로 이어지는 이주 루트에서 또 다시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중미 북방3개국을 이루는 엘살바도르·온두라스·과테말라 출신의 이주민들은 제한된 의료 접근성 그리고 그들에게 필요한 보호를 등한시하는 공격적인 송환 정책으로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있다. 북방3개국에 있는 사람들은 살인, 납치, 갱단의 징집, 강탈, 성폭력, 강제 실종 등의 위협 앞에 놓여 있다.
2012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북방3개국을 탈출한 이주민·난민을 위해 멕시코에서 의료 및 정신건강 지원을 해 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숙박 시설, 기차 선로 근처, 그 밖에 멕시코 내 이주민·난민 루트 상의 다양한 지점에서 이동 진료소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2016년에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지 단체와 협력해 극심한 폭력의 피해자들을 위한 센터를 멕시코시티에 세웠다. 2015년·2016년에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팀들의 치료를 받은 이주민·난민 92%는 고국 혹은 이주 과정에서 폭력적인 사건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나이지리아= 나이지리아 보르노주의 폭력과 치안 불안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외딴 마을로 몰려들고 있으며, 카메룬은 난민들을 자국으로 강제 송환하고 있다. 2017년 1분기에만 1만1300여명이 카메룬-나이지리아 국경 인근에 있는 풀카(Pulka)로 들어와 풀카 총 인구는 4만2000여명에 육박했고 이에 따라 피난민들을 위한 자원이 이미 부족했던 이 지역은 더 큰 압박에 놓여 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다수 보르노주 동부 교외 지역은 안전상의 이유로 구호 단체들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중반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나이지리아 북동부에서 폭력으로 인한 피난민과 피난민을 수용하는 지역사회에 보건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보르노주 내 8개 마을(마이두구리, 디크와, 몬구노, 담보아, 그워자, 풀카, 은갈라, 베니셰이크)에서 12개의 의료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타 4개 지역에도 의료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니제르= 나이지리아·차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니제르 남동부 디파 지역은 수년간 보코 하람과 지역 군 사이의 무력 분쟁의 여파로 고통받았다. 니제르 당국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에 있는 국내 실향민 및 난민은 24만여명에 이른다. 이들 중 3분의1 이상은 폭력으로 인해 두 차례 이상 피난을 떠난 사람들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지역에서 의료 및 정신건강 지원을 실시하고 있으나 아직 많은 부분이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12월부터 2017년 4월까지 디파에서 황달 환자 135명이 확인됐다. 황달은 E형 간염의 주요 증상 중 하나다. 환자 중 다수가 임산부였고, 이들 중 25명은 급성 간부전으로 목숨을 잃었다. 아직까지 급성 E형 간염에는 치료제가 없는데 이는 특히 임산부들에게 치명적이다.
바이러스로 유발되는 E형 간염은 대개 오염된 물을 통해 확산된다. 현재 니제르에서 나타나는 간염은 깨끗하지 않은 식수 공급 및 부적절한 위생 시설 상태와 밀접히 연관된다. 2014년 말부터 디파 지역에서 활동해 온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지 지역민과 피난민들을 위한 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탄자니아의 부룬디 난민= 2015년 중순부터 시작된 아프리카 동부 부룬디의 정치적 불안과 폭력사태로 수많은 사람들이 안전을 찾아 고국을 탈출해야 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현재 부룬디에서 탈출한 난민은 40만여 명에 달하며 이들 대다수가 주변국 탄자니아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2017년 4월 현재 24만 명에 가까운 수가 탄자니아에 피신해 있다. 난민촌들은 난민들로 가득 차 수용 한계를 넘어섰고, 인도주의 단체들은 적절한 거처, 식수, 위생 시설을 제공하고자 고군분투했다. 새로 들어오는 난민들이 초만원의 비위생적인 공동 주거지에 살게 되면서 갖가지 질병 특히 말라리아, 설사, 호흡기 감염의 확산에 불이 붙었다. 2015년 7월, 국경없는의사회는 니아루구수 난민캠프의 콜레라 창궐에 대응해 13만여명의 난민들에게 예방접종을 제공했다.
날로 늘어나는 의료적 필요에 대응해 국경없는의사회는 탄자니아 내 여러 난민캠프에서 의료 지원 활동을 확대했다. 말라리아로 고통 받는 수많은 환자들에 대응하고자 니아루구수·은두타 캠프에 있던 시설들을 보수한 것도 바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시리아= 올해 들어 잔혹한 시리아 전쟁은 7년째로 접어들었다. 여전히 시리아는 가장 많은 난민이 탈출하는 나라로 전 국민의 절반이 훨씬 넘는 수가 살던 집을 떠나야 했다. 민간인 지역은 수시로 폭격을 당하고 지원이 끊겼다. 여전히 식량 및 의료 접근성은 극도로 미흡하며 특히 포위 지역들의 상황은 더 나쁘다. 많은 병원들이 물자 보급과 인력 부족에 직면해 있고, 탈출했거나 살해 당한 의료진도 상당하다.
시리아의 ‘인도적 체계’는 무너지고 있다. 식량 및 의료 물자 접근성을 포함한 구호 지원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다. 공포, 결핍, 생존을 위한 분투는 시리아의 많은 사람들이 날마다 겪고 있는 현실이다. 무너져 가는 보건 체계로 인해 나라 곳곳에서 의료 지원 접근성은 매우 열악한 상태다. 많은 병원들이 심각한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탈출하거나 살해 당하는 의료진이 생기면서 직원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분쟁이 시작되던 때부터 의료진과 의료 시설은 공격의 표적이었다.
◇지중해= 바다를 건너 이탈리아로 가는 사람은 2015년 15만3000명에서 2016년 18만여명까지 늘어났다. 최소 5000명의 남자, 여자, 아동이 해상 여정을 시도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2016년,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3척의 구조선에 탑승해 지중해상에서 조난선에 타고 있던 2만1600명을 구조했다. 우리 팀들은 물에 빠져 숨졌거나 수백명의 무게에 눌려 질식사한 사람들의 시신을 수습하기도 했다.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