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의무법’ 시행 첫날… 법과 현실 ‘불협화음’ 하모니 될까?

‘설명의무법’ 시행 첫날… 법과 현실 ‘불협화음’ 하모니 될까?

“표준안 마련해달라” vs “확대 해석 말라”

기사승인 2017-06-23 00:03:00


[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설명의무법은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본다. 쟁점은 법과 현실의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현실적 애로사항 때문에 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개원의 A씨)

수술 설명의무법이 21일부터 전면 시행됨에 따라, 소규모 병·의원들 사이에서 우려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러 의료단체들은 일선 현장에서의 혼선을 경고하고 있고, 한편에선 법의 확대 해석에 따른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견해가 뒤엉켜 있다. 

개정 의료법에 따르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게 할 수술이나 수혈 전신마취 등의 의료행위를 할 경우 의사가 환자에게 수술의 주요내용과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고 반드시 정해진 서식에 따라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의사가 환자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하는 항목은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및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성명 ▶수술 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수술 등 전후 환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 등이다.  

사전 설명이나 동의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와 중요사항 변경을 고지하지 않을 시 1년 이내 자격정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환자에게 서면동의 사본을 제공하지 않은 경우에도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단,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응급환자에 대해 설명 및 동의절차가 의료행위를 지체시켜 환자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경우는 예외로 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설명의무법을 둘러싼 쟁점은 법 시행 이후에도 한동안 지속될 여지가 크다. 논쟁은 크게 설명 대상 수술 범위의 모호함과 소규모 병의원의 고충, 가이드라인의 부재 등이 거론된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 등은 설명의무법이 하위법령 위임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현장에서 큰 혼선이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사례를 모아 유권해석 및 사례공개 등을 통해 수술 범위를 정해가겠다는 방침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의학의 특성상 환자에게 예기치 않은 부작용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예기치 않은 돌발변수까지 과연 설명에 포함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환자에 대한 설명은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는 전제를 무시한 처사라는 말이다. 관계자는 “법 적용의 모호함이 문제인데, 환자입장에선 의외의 부작용에 대해 설명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면 의사 입장에선 어떻게 답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해당 법을 대표발의한 윤소하 의원실은 “과한 해석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의사가 설명을 했지만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했을 경우, 의료진의 책임소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법을 확대 해석한 것”이라며 “수술시 환자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일반적인 내용’을 알려주라는 게 법의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수술 설명에 대한 가이드라인, 즉 표준안 마련 요구도 거세다. 앞서 거론한 ‘일반적인 내용’을 담은 표준안을 배포·적용해 달라는 것은 “의사들이 본인의 권리를 지킬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는 의료계의 요구인 셈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설명의무법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의사에게 ‘이 정도면 충분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는 구체적 프로토콜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소하 의원실은 “의료계에 횡행했던 대리수술을 방지코자 마련된 법”이라면서 “환자에게 ‘어떤 수술을 하겠다’는 정보를 제공하라는 법의 요구를 의사들은 자신의 권익을 침해받는 것으로 여긴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찬성의 뜻을 밝히고 있다. 완전한 법은 없다. 의료의 특수성을 법으로 틀어막으면서 불거지는 여러 불협화음이 과연 ‘하모니’로 바뀌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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