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서울 넥슨 아레나 윤민섭 기자] “제 자신을 다시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SKT의 탑 라이너 ‘운타라’ 박의진이 오늘 경기 승리 소감을 밝혔다.
SK텔레콤 T1은 27일 서울 서초 넥슨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스플릿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숙명의 라이벌 kt 롤스터와 맞붙어 세트 스코어 2대1 신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팀이 단독 1위에 올랐음에도 불구, 박의진은 오늘 경기 내용이 매우 불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그는 “2세트에 (‘스멥’송경호에게) 솔로 킬을 내주는 등 많이 방심했던 것 같다”며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너무 안일했던 것 같다”며 “스플릿 구도가 형성됐을 때가 돼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고 고백했다.
사실 그는 겸손한 말과 달리 3세트에 피오라를 선택, 고도의 스플릿 운영을 선보이며 kt 롤스터의 억제기를 무자비하게 철거해 승리의 일등공신에 올랐다.
박의진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피오라-럼블 구도는 후반으로 가면 갈 수록 피오라에게 주도권이 넘어온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 (스플릿 푸셔) 역할을 제가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SKT는 오늘 2세트에 마법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44분을 끌려다니던 이들은 마지막 대규모 교전을 이겨 2분 만에 승패를 뒤집었다.
이와 관련해 박의진은 “미드 라이너의 성장과 캐릭터 특성의 차이가 많이 났다”며 “대규모 교전만 잘 하면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또 “팀원들도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대규모 교전도 이길 수 있겠다는 말이 나왔다”고 전하며 “상대 챔피언들도 중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조합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CJ 엔투스에서 악몽 같던 시간을 보낸 바 있는 박의진은 이번 시즌 들어서면서 SKT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11세트에 출전해 단 1번도 지지 않았다. 무엇이 박의진을 바꿨을까.
우선 박의진은 자신이 현재 잘 해나가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최근 제 경기력을 보면 원래 이겨선 안 될 경기들이 많았다”고 일축했다.
다만 그는 “많이 연습하고, 지금까지 알던 게임의 방식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이 챔피언을 잡았을 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비롯한 게임 운영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귀띔했다.
2·3세트에 kt가 앞서나갈 수 있던 것은 상대 탑 라이너 ‘스멥’ 송경호의 절묘한 순간이동 사용이었다. 박의진은 맞 순간이동을 사용하는 대신 탑 라인 잔류를 택했다. 그에게 그 연유를 물었다.
박의진은 “2세트 당시에는 내 쪽으로 몰려오는 미니언 웨이브가 많아서 순간이동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 3킬을 얻어야 우리가 이득을 보는 상황이었다”고 경기를 복기하며 “상대가 웨이브를 잘 이용한 것”이라고 kt 롤스터의 초반 운영 능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아울러 3세트 피오라 대 럼블 구도에서 순간이동을 사용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내가 따라가도 상황이 달라질 게 없었다”며 “극 초반에 게임이 터져버리면 이기기 힘들 것 같았다”고 답했다.
박의진은 오늘 주축으로서 팀에 소중한 승리를 안겼음에도 불구, 개인적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듯 보였다.
그는 “제가 오늘 2세트 때 해줘야 할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며 “만약 2세트를 졌다면 저 때문이었다”고 분을 삼켰다.
이어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는 다짐을 팬들에게 전한 뒤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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