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문대찬 기자] 비 덕분에 다행히 3차전은 피했다. 양 팀 모두 재정비 할 시간을 벌었다. 롯데와 LG는 지난 2경기에서 연이틀 연장 접전을 펼치는 등 극심한 소모전을 펼쳤다. 재미 하나는 제대로 보장했지만 명승부로 포장하기엔 고개를 들기 힘든 경기력이었다.
27일 1차전에서 무박 2일 경기를 펼친 것도 모자라 28일에도 연장 12회까지 9대9로 맞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반전의 연속이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다. LG는 1차전에서 연장 10회 만루 홈런을 때리고도 12회에 역전을 허용해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2차전도 마찬가지였다. 연장 12회초 LG 안익훈이 솔로 홈런을 때려 앞서갔지만 12회말 터진 이대호의 홈런으로 승리를 가져가지 못했다.
박빙의 승부 이면에는 납득할 수 없는 플레이가 비일비재했다. 거듭되는 실책부터 1이닝도 채 막지 못하는 투수진까지 양 팀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 경기였다. 뜨거운 박수보다는 실 없는 헛웃음만 나왔다.
1차전 롯데는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6이닝 연속 잔루를 남기는 집중력 부재를 보였고 LG는 연장 12회 말미 중견수 안익훈이 타구를 뒤로 흘리는 치명적인 ‘끝내기’ 실책을 범했다.
2차전에도 상상하기 힘든 장면들이 연달아 나왔다. 출발은 롯데였다. 6회 1사 만루에서 LG 손주인의 희생 플라이 타구를 김문호가 잡아 송구했으나 홈 플레이트를 멀찍이 빗겨나가 3루 주자는 물론 2루 주자까지 한 베이스씩 진루했다. 이어 이형종 타석에서 유격수 신본기가 실책을 범해 추가 실점했다.
LG도 지지 않았다. LG는 6회말 곧바로 4실점하며 롯데에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7회 LG 외야수 이천웅이 공을 바닥에 패대기치는 송구 실책으로 롯데에 리드를 안겼다. 10회 말에는 LG 손주인이 평범한 땅볼 타구를 놓쳐 신본기에 출루를 허용했다. 그러나 신본기가 견제사를 당해 흐름을 끊으면서 롯데 스스로 기회를 날렸다.
승리를 지켜야 할 양 팀 불펜은 아웃 카운트 하나 제대로 잡지 못했다. 2경기 24실점하며 승부를 기어이 연장까지 끌고 갔다. 야수들의 실책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투수진 역시 밋밋한 구위에 연달아 폭투를 범하는 등 위기를 자초했다.
“역시 엘롯라시코”라며 팬들이 보낸 환호도 실은 비아냥에 가까웠다. 팬들은 경기가 준 재미와는 별개로 “서로 이길 마음이 없는 것 같다”며 양 팀의 질 낮은 경기 수준을 비판했다.
LG와 롯데 사이의 경기를 일컫는 ‘엘롯라시코’는 스페인 프로축구팀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간의 더비 매치인 ‘엘 클라시코’를 본 따 만든 단어다.
하지만 엘 클라시코의 수준 높은 경기력과 달리 이전부터 엘롯라시코는 숱한 에러와 주루사, 작전 실패 등으로 범벅된 ‘보기 안쓰러운’ 맞대결이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양 팀의 잔혹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어느덧 두 팀은 ‘강팀’보다 ‘2% 모자란 팀’이라는 수식이 더 어울리는 팀이 됐다. 이들이 재미있는 야구를 하는 팀이라는 걸 부정할 순 없지만 그 재미가 수준 낮은 경기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그리 달가운 게 아니다.
양 팀은 이번 2경기에서 무려 10시간43분의 혈투를 펼쳤다. 하지만 불가피한 혈투는 아니었다. 기본기를 제대로 갖춘 ‘프로’였다면 근 1박2일 간의 진 빠지는 소모전은 없었을 것이다.
롯데는 지난 2경기에서 1승1무로 상승세를 유지했고 LG는 패배에도 도리어 순위가 상승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다. 양 팀 선수들은 당장의 결과에 만족하기보다 개선에 대한 의지와 반성이 더 필요하다.
팬들이 묻고 있다. "당신들은 프로가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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