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A(54)씨는 1993년 부인 B씨와 결혼했다.
그러다 B씨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빚을 떠안게 됐다. 이때부터 A씨 부부는 채권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렸다.
견디기 힘들었던 A씨 부부는 2003년 5월 서류상 이혼했다.
그럼에도 A씨 부부는 함께 지냈다. 그런데 B씨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또다시 수억원 상당의 빚을 지게 됐다.
B씨는 A씨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또 채권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리느니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A씨 부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 부부는 연고가 없는 울산의 한 항구에서 생을 마감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며칠 뒤 A씨 부부는 다시 자살을 시도했지만 이때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다음날 B씨는 “너무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언을 남기고 A씨에게 함께 죽자고 했다.
결국 A씨는 B씨를 흉기로 찔렀고, B씨는 과다출혈로 숨졌다.
A씨는 B씨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A씨와 A씨 변호인은 “아내의 촉탁에 의한 것이므로 살인죄가 아닌 촉탁살인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다.
당초 2일간 진행될 예정이었던 국민참여재판은 하루 동안 진행됐고,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평결을 내렸다.
다만 예비적 공소사실인 촉탁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배심원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배심원 7명 가운데 1명은 징역 1년, 3명은 징역 2년, 또 다른 3명은 징역 3년의 양형 의견을 냈다.
창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장용범 부장판사)는 배심원단의 판단을 수용해 살인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촉탁살인 혐의만 유죄로 인정, A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촉탁살인죄에 대해서는 양형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아 배심원단의 양형 의견을 토대로 선고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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