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KIA의 8G 111점, 프로야구의 씁쓸한 민낯

[옐로카드] KIA의 8G 111점, 프로야구의 씁쓸한 민낯

KIA의 8G 111점, 프로야구의 씁쓸한 민낯

기사승인 2017-07-07 14: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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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문대찬 기자] KIA가 프로야구에 족적을 남길만한 8경기 레이스를 치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도 남겼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 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5대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두 자릿수 득점 행진 기록은 8경기에서 마무리됐다. 

KIA는 지난달 27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5일 SK전까지 8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 행진을 이어왔다. 6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머문 메이저리그의 기록도 넘어섰다.

8경기 동안 뽑아낸 점수가 무려 111점에 달한다. 29일 삼성전에서 대거 29안타를 때려내며 22득점했고 5일 SK전에는 11타자 연속 안타 포함 5회에만 12득점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기간 KIA는 팀 타율 4할2푼, 출루율 4할6푼2리, 장타율 7할3리, OPS 1.164를 기록했다. 

KIA 타선의 폭발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KIA의 기록적인 레이스는 타고투저 리그로의 회귀 움직임과 맞물렸다. KIA 타자들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리그 전반에 포진된 기량이 낮은 투수들이 기록의 희생양이 됐다는 의미다. 

KBO는 그간 타고투저 현상이 오래 지속돼왔다. 특히 지난해 3할 타자가 무려 40명에 달했다. 2014년에 이어 리그 사상 두 번째로 평균자책점 5점대(5.17)을 돌파하기도 했다. 

타자들의 타격 기술이 월등히 향상된 것으로 여겨졌지만 현실은 달랐다. 올해 초 치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국가대표팀이 투타 참패를 면치 못하면서 투수들의 질적 수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자연스레 3할 타자들 역시 ‘우물 안 개구리’라는 오명을 썼다.

KBO는 즉각 스트라이크존을 넓혀 타고투저 현상을 누그러뜨리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시즌 초반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서 투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스트라이크존과 더불어 타자들의 타격감이 올라오면서 최근엔 다시 타고투저의 흐름으로 회귀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개막 후 4월까지 2할7푼7리였던 10개 팀 평균 타율은 5월 2할8푼3리에서 6월 2할8푼8리, 7월 초 현재 3할1푼4리까지 치솟았다. 평균자책점은 4.46에서 5.64로, 7월에는 6.66에 달한다. 

단순히 타자들의 타격감 회복, 투수들의 체력 방전 등의 근거로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긴 힘들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기에 KBO리그의 타고투저 현상은 고질적이다.

냉정히 말해 류현진 이후 토종 선발의 계보가 끊겼다. 함께 리그를 주름잡았던 김광현과 윤석민은 부상으로 신음 중이다. 양현종은 끊임없이 해외 리그의 문을 두드리고 있으나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불펜진 역시 마찬가지다. 오승환이 떠난 자리에 이렇다 할 클로저가 나타나지 않는다. 현재 마무리투수 세이브 1위는 NC 임창민으로 총 21개의 세이브를 거뒀다. 하지만 2위는 정우람과 손승락으로 세이브 개수가 14개에 그친다. 

아웃 카운트 하나를 채 잡지 못하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LG는 지난달 27일 롯데전에서 연장 10회 만루 홈런을 치고도 다음 수비 때 5점을 허용해 역전패했다. 28일 경기에서도 12회 솔로 홈런을 쳐 앞서 갔지만 곧바로 이대호에 동점 솔로 홈런을 내줘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SK는 지난 5일 KIA를 상대로 12대1로 앞선 상황에서 5회 11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단 1개의 아웃 카운트도 잡아내지 못했다. 다이아몬드, 채병용이 난타 속에 마운드를 내려갔고 뒤이어 올라온 문광은 역시 홈런 포함 4안타를 허용한 뒤에야 가까스로 이닝을 끝냈다. 

투수들의 질적 수준이 의심되고, 기량 향상이 목마른 상황에서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마운드 높이 조정은 물론이고 외국인 투수 보유 제한을 늘려 해외 유입을 독려해야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고교 투수들의 체계적인 투구 수 관리 역시 빠른 시일 내에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3월 김응용(76) 전 감독을 첫 수장으로 맞아들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프로-아마추어 공동 발전을 위한 대책 가운데 하나로 아마 야구 투구 수 제한을 논의했다.

현재 고교 야구에는 투구 수 제한이 있다. 그러나 ‘한 경기 130구 이상 투구 금지’라는 조항이 가진 빈틈을 교묘하게 이용해 이틀에 130구씩을 던지는 투수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KBSA는 KBO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 중이지만 몇년째 이어져온 유망주 혹사 논란이 단기간에 쉽게 매듭지어지리라 기대하기 힘들다.

안타와 홈런이 펑펑 터지는 리그는 단기적으로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내다봤을 땐 야구 특유의 재미를 반감시켜 리그를 수렁에 빠트릴 수 있다.  

감탄과 함께 근심도 남긴 KIA의 8경기였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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