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마음 감쌀 노란 반찬고 언제쯤

다친 마음 감쌀 노란 반찬고 언제쯤

재난 대비 지역 정신건강 컨트롤타워 구축해야

기사승인 2017-07-08 00:11:00

국어사전은 참사(慘事)를 ‘비참하고 끔찍한 일’로 정의한다.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을 뜻하는 사고(事故)보다 몇 단계 위다. 세월호는 참사다. 세월호 참사를 더 이상 ‘진도 여객선 사고’나 ‘선박 침몰 사고’로 부르지 않는 이유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인재에 기인한 비참하고 끔찍한 참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월호는 숱한 이들의 가슴에 멍을 남겼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비롯해 참사를 접한 이들의 가슴에는 크기만 다를 뿐 아직 선명한 피멍이 남아있다.   


[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세월호 참사로 인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의 범위가 피해 당사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확인됐다. 

전남대병원의 이주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42)는 세월호 참사 당시부터 진도 팽목항을 오가며 진도심리지원단의 일원으로 현장을 지켜봤다. 진도 주민과 구조대원의 심리 상담이 그의 역할이었다. 지난 2014년 5월부터 한 달 동안 그가 바라본 2298명의 지역민의 정신건강은 위태로웠다. 392명에게서 PTSD 증상이 관찰됐다. 전남 진도군 인구가 3만2078명임을 감안하면, 전체의 10%에 달하는 지역민 중 16%가 세월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었다. 설문 대상자 중 756명은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에서의 자원봉사자들도 있었다. 이들 중 20%(151명)는 PTSD 증상을 호소하고 있었다.    

PTSD는 전쟁·고문·자연재해·사고 등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지속되는 재경험으로 고통을 겪게 되는 정신질환이다. 일상생활에 현저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팽목항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지역민일수록 정신의학 전문의의 도움을 원했다. 

재난 현장과의 물리적 거리는 PTSD 발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걸까? 이 교수는 911 테러를 예로 들었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9시 37분 테러범들이 납치한 아메리칸항공 AA77편이 미국 워싱턴의 국방부 펜타곤에 충돌한 직후의 이야기였다. 그는 당시 보고된 PTSD의 사례를 세월호 참사에 비추어 설명했다. 

“펜타곤과 가까운 지역 주민들일수록 PTSD 증상이 더 높았다는 보고가 있었어요. 팽목항과 인접해 있던 지역민들도 마찬가지였어요. 팽목항과 가까이에 살던 주민들은 재난 상황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들은 특히 더 심했죠.” 

통상 PTSD는 사건이나 사고를 당한 피해자 및 가까운 지인에게 주로 발생한다. 이 교수의 연구는 세월호 참사를 주변에서 지켜보거나 도움을 준 사람들도 PTSD 증세가 나타남을 말해준다. 그리고 남성(161명)보다 여성(201명)에게서 증상이 더 관찰됐다. PTSD가 상대적으로 감정의 억제하려는 경향이 강한 남성에 비해 공감능력이 높은 여성에게서 더 잘 발견된다는 연구 결과는 세월호 참사에서도 적용됐다.  

비록 물리적 거리는 떨어져 있어도 심리적 거리와의 연관성은 없을까? 작금의 미디어 환경을 고려할 때, 수시로 세월호 참사 등의 재난 뉴스를 접한 일반 대중의 정신건강은 어떨까? 이 교수는 그러나 “개정된 정신의학은 미디어를 통한 간적 체험은 PTSD의 발병 요인에서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의 성격과 과거 경험,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정도 차에 따라 받아들이는 충격의 범의와 크기는 달라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즉, 개개인별로 미디어의 영향을 받을 순 있지만, 미디어 자체가 PTSD 증상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상황을 대비한 국가 차원의 장기적·상시적·대규모 ‘정신건강 프로토콜’은 과연 구축될까? 이 교수에게 현장을 지켜본 정신의학 전문의로서 나름의 바람이나 아쉬움을 물었다.  

“정신건강 프로토콜은 세월호 참사 전후로 나뉩니다. 이제 막 시작한터라 아직은 미흡할 수 있어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을 위해 정신건강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비효율적으로 비쳐질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국가 재난상황 자체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는 것을 고려하면,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정신건강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해요.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가족을 비롯해 진도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충분한 정신건강 대책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쉽습니다.”

*이주연 교수는 당시의 경험과 설문조사를 논문으로 완성했다. 그가 최근 발표한 <세월호 참사동안 주민 자원봉사자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관련된 요인(Factors associated with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symptoms among community volunteers during the Sewol ferry disaster in Korea)>은 국제학술지인 통합정신의학(Comprehensive Psychiatry)에 실렸다.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