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지난 4일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보훈공단·이사장 김옥이)의 인사 발령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공단 측은 “정례 인사발령일뿐”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일각에선 퇴임을 앞둔 김옥이 이사장이 이른바 ‘알박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단의 인사 발령 명단은 이미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져 있다. ▶사무직 1급~3급 ▶약무직 1급 ▶간호직 2급 ▶보건직 3급 등에 걸쳐 승진이 결정됐다. “매년 1월과 7월 이뤄지는 정례 인사 발령”이라는 게 공단 인사과장의 설명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지난달 30일 공단은 보훈병원 성과연봉제 도입을 하루 앞두고 폐지해 버렸다. 새 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전면 백지화에 따른 ‘다급한’ 조치였다. 이번 인사발령은 성과연봉제 폐지 닷새 후에 발표됐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이번 인사발령과 관련해 “친박 낙하산 인사인 김옥이 이사장에 대해 노조의 96.5%가 불신임을 표했다”며 “성과연봉제 강행에 대한 반성으로 사퇴가 본인의 도리임에도 마지막 인사발령까지 단행했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또한 “전형적인 ‘알박기’다. 연임 가능성이 없다면, 통상 퇴임까지 6개월 미만이 남은 경우, 상식적인 기관장이라면 인사발령을 하지 않는다”고 거듭 비판했다. 

보훈공단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인사과장은 “정년퇴직 기준일이 매년 6월과 12월 말인 것을 고려한 인사발령”이며 “특정인의 편의를 봐주는 인사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이어 “일반적으로 공단 인사발령은 규정에 따라 근속기간·직무 및 보직에 따른 업무 성적 등을 고려해 진행된다. 알박기 인사가 절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 오비이락?

보훈병원의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은 시끄러웠다. 이른바 ‘밀실야합’ 등 온갖 구설이 돌아 김 이사장은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그러나 연임에는 성공했다. 보훈병원에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 도입을 성사시킨 김 이사장의 ‘최대 치적’에 따른 ‘보은인사’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전 정부에서 추진을 했고,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타 공공의료기관 중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곳이 전무하다는 점을 미뤄볼 때, 공단의 ‘적극적인 액션’에 의심의 눈초리가 더해진 건 사실이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친박으로 분류된 김 이사장의 ‘스타일’도 이 같은 의구심을 두텁게 했다.  

보훈공단의 여러 결정을 보면 ‘절묘한’ 시점의 겹침 현상이 관찰된다. 성과연봉제 도입 확정 후 열흘 만에 김 이사장의 연임이 결정됐다. 이번 승진 인사발령도 성과연봉제 폐지 닷새만이다. 폐지 발표 후 김 이사장이 ‘오기 인사’를 벌였다는 뒷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이번 승진 인사발령은 김 이사장의 측근 위주로 이뤄졌다. 김 이사장이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지없는 알박기 인사를 벌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상황적 판단일 뿐”이라고 말을 잘랐다. 인사과장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특히 인사문제는 색안경을 쓰고 보면 한도 끝도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보훈공단의 오락가락 행보에 보훈병원 직원들은 혼란스럽다. 국가유공환자들도 불안하다. 전 국민의 이목이 ‘성과연봉제 1호 병원’이 될 뻔 한 보훈병원과 공단을 주시하고 있음을, 김옥이 이사장은 과연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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