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3차 배상안 공표…시사점과 한계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3차 배상안 공표…시사점과 한계는?

배상 공식화에 의의 있지만 보상 범위 280명으로 너무 좁아…새정부서 재검토되나

기사승인 2017-07-11 05:00:00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가 정부의 3차 피해조사에서 1, 2단계 판정을 받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평생 치료비 보상 등을 약속한 최종 배상안을 발표했다. 이는 그동안 1, 2차 피해조사에서 1, 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의 보상 수준과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 배상안에도 3, 4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은 포함되지 않았고 정부의 1~3차 피해조사 중 피해보상 범위에 들어가는 1~2단계 피해자들이 피해보상 대상자 전체 중 28%밖에 안 되기 때문에 보상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배상 관련 문제를 다루지 않다가 옥시의 주요 관계자들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배상안이 전격적으로 발표됐기에 유가족에 대한 진정한 사과라기보다는 죗값을 줄이기 위한 꼼수 목적으로 보는 지적도 있다. 

◇ 옥시, 처음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배상안 내놓아 

옥시 측은 10일 정부의 1~3차 조사에서 1, 2단계 판정을 받은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평생 치료비 보장 등을 약속한 배상안을 내놨다. 지난번 정부의 1~2차 조사에서 배상 의사를 밝힌 데 이어 3차에서도 이와 동일한 배상안을 밝혀 사실상 최종 배상안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옥시는 성인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최대 3억5000만원(사망시)과 함께 과거·미래 치료비와 일실수입(다치거나 사망하지 않았을 경우 일을 해 벌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입) 등을 배상하기로 했다.

사망·중상에 이른 영유아·어린이는 일실수입을 계산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 5억5000만원 등 총 10억원이 일괄 책정됐다. 경상이거나 증세가 호전된 어린이는 성인처럼 치료비·일실수입·위자료 등을 따로 산정한다. 또 피해자에게 평생 살균제 관련 폐 손상으로 비용이 발생할 때마다 치료비 등도 지급하기로 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지난해 7월31일 1, 2차 조사 1, 2단계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배상 방안을 업계에서는 최초로 발표한 바 있다. 옥시는 올해 6월 기준 1, 2차 조사에 따른 해당 피해자 183명 중 99%에 해당하는 피해자가 등록을 마쳤으며 그 중 89%에 해당하는 160명의 피해자가 합의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박동석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분들의 상실감과 고통을 감히 가늠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큰 피해와 고통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 드리며 피해자와 가족 분들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1, 2차 조사 1, 2단계 피해자와 가족 분들을 직접 만나 뵙고 배상을 진행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이슈는 다수의 이해관계자와 복합적인 원인들이 얽힌 참사임을 알게 됐다. 향후에는 모든 주체가 참여해 장기적이며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끝나지 않은 논란...공식 판정자 적고 3,4단계 피해자는 여전히 구제 못 받아 

이번 옥시의 피해자 배상안이 너무 범위가 적고 피해자들과의 협상도 다 끝내지 않은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1월부터 올해 5월31일까지 4차례 진행된 조사에서 모두 5657명이 피해보상을 신청했으며 공식 판정을 받은 인원은 982명이다. 이 중에서도 피해보상 범위에 들어가는 1~2단계 피해자는 982건 중에서도 28.5%(280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번에 발표한 3차 조사에 한한 1,2단계 피해자들은 57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옥시의 최종 배상안은 이 280명에 대한 책임만을 진다는 내용으로, 광범위한 피해에 비해 보상 범위가 너무 좁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 다수의 사망자와 중환자가 3~4단계 피해자에서도 나오고 있어 이들 환자에 대한 지원요구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에 의하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후에 병원치료를 받은 피해자는 30만명에서 5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수많은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쓰다 버리거나 제품을 구매한 영수증을 잃어버리는 등 증거가 없어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옥시의 배상안이 나온 10일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배상 확대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단체와 환경단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망자 1212명 등 5657명이 피해신고를 했지만 공식 판정을 받은 인원은 982명에 불과하다"면서 "1·2단계 피해자들에 대한 내용만 있지 3·4단계 피해자들 언급은 전혀 없는 반쪽짜리 배상안이다”고 비판했다. 

또 "옥시는 지난 3월 정부의 3차 조사 발표에도 3개월 넘게 배상안을 발표하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이라며 "소비자들은 옥시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는 옥시의 배상안 발표가 오는 21일 신현우와 존 리 옥시 대표에 대한 항소심을 앞두고 '여론 몰이'에 나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신 전 대표는 지난 1월에 열린 1심 판결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고, 존 리 전 대표는 7년 구형을 받았으나 실제 제조 판매 과정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 새 정부 들어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기류 바뀌어…피해자 보상 넓어지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 박모씨 등 4명은 지난 2012년 1월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에 대한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2015년 국가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상태다. 

다만 새 정부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해 사과할 뜻을 밝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넓게 적용하고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피해보상에 대한 재검토 의지를 밝힌 만큼 상황 자체가 변화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기업이 악의적으로 손해를 끼칠 경우 손해액의 몇 배수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외연을 넓히기로 이미 결정한 바 있다.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징벌적 배상을 신규 도입한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징벌적 배상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앞으로 일반 소비자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순차적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또 시민단체 출신인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에 정부도 기업과 같이 재정을 분담해야 한다"며 "관련부처들과 협의를 해야 하는 문제여서 아직 못 하고 있는데 의원들이 힘을 실어주면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는 조속히 지원이 돼야 하고 아직 포함 안된 지원대상 부분을 확산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담당해 온 주무부서가 환경부인 만큼 환경부 수장이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을 적극적으로 밝힌 것이어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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