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문대찬 기자] 김경문 감독이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구창모 카드다.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는 11일부터 광주에서 전반기 마지막 맞대결을 치른다. NC의 싹쓸이 승리로 끝난 지난 맞대결 이후 3주 만의 대면이다.
공동 선두로 시작한 레이스는 3주 만에 희비가 엇갈렸다. KIA는 11타자 연속 안타, 8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 경신 등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10경기에서 9승1패를 기록했다.
반면 NC는 추가로 넥센을 2차례 잡고 5연승 행진을 달렸으나 우천으로 인한 노게임 선언 후 내리막을 탔다. 투타 동반 침체로 8경기 3승5패에 그쳤다.
결국 격차가 다시 5경기까지 벌어졌다. 자연스레 KIA의 전반기 선두도 확정됐다.
그렇다고 이번 맞대결의 중요성이 반감되진 않는다. KIA는 상대전적 열세 극복이 관건이다. 올 시즌 NC에 3승6패로 뒤져있다. 유독 NC와 마주치면 경기가 꼬였다. 우승을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다.
NC는 후반기를 승부처로 보고 있다. 그간 주축 선수 이탈에 70% 전력으로 버텨온 NC다. 후반기 질주를 위해선 전반기를 잘 매듭짓는 게 중요하다. KIA의 발목을 잡으면 대성공이다.
당초 양 팀은 헥터 노에시와 제프 맨쉽을 1차전 선발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됐다. 두 투수 모두 아직까지 패배가 없다. 헥터는 16경기 13승 무패를 기록 중이고 맨쉽은 개막 이후 7경기에서 7연승을 거둔 후 팔꿈치 부상으로 2달 간 모습을 감췄다. 충분한 재활을 거친 맨쉽은 KIA전에 맞춰 1군에 콜업됐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깜짝 카드를 꺼냈다. 맨쉽 대신 구창모가 마운드에 선다.
다소 의아한 카드다. 올 시즌 활약 중이지만 구창모는 맨쉽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거기다가 상대는 KIA의 에이스 헥터다. 부담감에 자칫 경기를 그르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경문 감독이 승부수를 던졌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도 KIA와의 3연전을 전부 잡겠다는 의중이 드러난 결정이라는 것이다.
구창모는 지난 23일 KIA전 1차전에 등판해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당시 상승세에 있던 KIA 타선은 구창모를 만나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못하고 침묵했다. 1차전을 따낸 NC는 2차전과 3차전을 내리 승리하며 KIA를 압도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구창모의 등판 시점은 당시의 상황과 유사하다. 최근 KIA 타선은 상대 마운드에 누가 오르든 족족 두들겼다. 구창모는 달아오른 KIA 타선에 뿌릴 ‘찬물 카드’로 낙점됐을 가능성이 높다.
KIA 타선이 올 시즌 좌투수에게 비교적 약한 모습을 보인 점도 구창모를 1차전에 내세운 이유로 보인다. 구창모는 NC 선발진 가운데 유일한 좌투수다.
만약 구창모가 호투를 펼친다면 이번에도 NC에 유리한 방향으로 시리즈가 흘러갈 수 있다.
NC로선 부담 없는 카드이기도 하다. 맨쉽은 리그가 인정하는 NC의 필승카드다. 그러나 헥터와의 정면승부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헥터와 승부를 피해 2차전에 투입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안정적이다. 1차전을 내준다 해도 2차전에서 균형추를 맞추고 3차전에 승부를 걸 수 있다.
그러나 여러모로 김경문 감독의 ‘구창모 카드’는 리스크가 커 보인다. KIA 타선은 지난 번 맞대결 때와 다르게 더 진화했다. 최근 10경기 팀 타율이 4할 대를 웃돈다. 게다가 구창모는 최근 3차례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6.55로 부진하다. 초반부터 무너질 수 있다.
또 지난 번 선발 로테이션과 달리 KIA는 임기영과 양현종이 포진해있다. 맨쉽과 해커에 결코 밀리지 않는 전력이다. 1차전 패배가 스윕패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김경문 감독은 1+1으로 1차전을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구창모가 흔들리면 이민호와 최금강 등 롱릴리프 투수들이 지체 없이 마운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경문 감독의 결정이 승부수가 될지, 아니면 자충수가 될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