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개그맨 유세윤의 발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엇갈렸다. 그가 지난 8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SMTOWN 라이브 월드 투어 VI 인 서울’(SMTOWN LIVE WORLD TOUR VI in SEOUL) 무대에서 안무를 설명하던 중 “팔을 반만 올리면 병신 같다”고 언급한 말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네티즌 반응은 공적인 장소에서 마이크를 들고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유세윤을 비난하는 의견과 평소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을 한 것뿐인데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유세윤이 소속사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현재 유세윤을 비난하는 반응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다수의견 - 우리는 언제까지 유세윤의 사과에 속아야 하나
유세윤이 저지른 잘못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직접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것이다. 그곳에 모여 있던 관객들과 장애인들이 그의 말을 듣고 느꼈을 불쾌감을 늦은 사과로 덮기는 어렵다. 현장 애드리브였다는 사과문 내용과 달리 동료 뮤지션 뮤지는 사전에 준비된 멘트였다고 밝혔다.
대중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유세윤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혀 웃음을 유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가장 저열하고 쉬운 방법이이었다. 유세윤이 10년 이상 인기 개그맨의 자리를 지켰던 건 그만의 방식으로 대중에게 웃음을 줬기 때문이었다. 상황과 관객에 맞는 개그 코드를 찾아내서 적용하는 것이 그의 직업이다.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날 유세윤의 발언은 공연장에 온 관객들의 기대를 완전히 배반하는 것이었다.
또 한 가지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반복했다는 점이다. 이미 유세윤은 개그맨 동료인 유상무, 장동민과 함께 진행한 팟캐스트에서 여성 비하 발언을 해 한 차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2015년 당시 그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웃음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안일했다”고 사과했다. 유세윤은 이날의 사과를 잊었다. 자신이 사과했던 내용 그대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한 것이다. 이번에도 유세윤의 사과를 믿을 수 있을까. 실제 재판에서도 초범과 재범을 대하는 재판부의 태도는 다르다. 이 모든 점들을 생각했을 때 대중이 유세윤에게 혹독한 비판을 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 소수의견 - 마녀 사냥하듯 유세윤을 몰아가는 건 누구인가
유세윤에겐 잘못이 없다. 유세윤이 공연 도중 욕설을 섞어 발언한 건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웃음을 위해 더 강한 단어를 골랐을 뿐이지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비난할 목적은 없었다.
유세윤이 자신의 발언을 의식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공연 당시 유세윤의 발언에 많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고, 욕을 섞어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될까봐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세윤이 현장에서 그 이상으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논란이 일어나자 유세윤 측은 “차별 언어라는 사실을 인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관객들의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면 유세윤에 대한 비난 대신 공연 도중 욕을 금지하는 법안이 마련돼야 하는 것 아닐까.
공연 중 욕설을 했다는 비판 대신 장애인 비하 발언을 했다는 식의 비판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욕이 병이나 환자, 혹은 금기에 대한 비유에서 발생했다. 그런 의미에서 욕은 나쁜 언어고 되도록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욕을 사용하고 있다. 욕은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싸울 때도 쓰이지만, 친근감의 표현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를 장애인을 비하하는 단어로 몰고 가는 건 의도적으로 유세윤을 마녀사냥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유세윤은 공연 도중 욕을 섞어 발언한 최초의 연예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독 그가 대중에게 뭇매를 맞는 이유가 있다. 그가 과거에 여성 비하 발언으로 공개 사과를 했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미 사과를 한 번 했음에도 같은 짓을 반복한 사실에 대해 대중은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두 사건은 다르다. 여성 비하 발언은 절대 다수가 듣는 방송에서 한 것이었고, 보통 사람들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듣는 인원이 제한된 공연장에서 방송에서 들을 수 없는 일상어 수준의 욕설을 섞어 발언한 경우다. 발언 직후 곧바로 무릎을 꿇고 사과하기도 했다. 이 점들로 미루어 볼 때 유세윤이 같은 잘못을 반복했다는 것보다는 교묘하게 공통점을 엮어낸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미 한 번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다음에 또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잘못을 반복하는 건 아니다. 그릇된 선입견으로 과거의 잘못을 뉘우친 사람마저 부당하게 몰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 [소수의견] : 연예계의 논란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을 모두 적어주는 쿠키뉴스의 코너. 소수의견은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 상황에선 무시되지만, 어느 시기에 가서는 다수의견이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