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유수환 기자] 파리 목숨과 같은 증권업계에서도 장수 CEO(최고경영자)들이 있다.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종금, 동부증권, 교보증권을 이끄는 이들은 약 8년 이상 한 회사를 이끌고 있다. 높은 실적으로 그룹 내 신망이 두텁기 때문에서다. 하지만 실적 면에서는 동부증권처럼 예외적인 곳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키움, 메리츠종금, 교보증권의 대표이사들은 수년간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동부증권은 실적이 둘쑥날쑥하다. 게다가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은 올해 초까지 실적 저평가자에 대한 70% 임금 삭감 성과급 제도, 노조와의 갈등으로 여전히 논란을 빚고 있다.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업계 최고 온라인 증권사 성장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은 증권업계 최장수 CEO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그가 대표이사로 취임한 2009년 이후 키움증권은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에서 꾸준하게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같은 기간 키움증권은 브로커리지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IB(기업금융) 및 트레이딩(Trading) 부문이 성장세가 눈에 띈다. 또한 자산운용, 저축은행 등 자회사 역시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코스피 지수 상승세로 당기순이익 607억원, 영업이익 786억원을 기록했다. 투자기업 선정에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는 ROE(자기자본이익률)도 19.24%를 기록, 지난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최고 이익률을 나타냈다.
한국기업평가 안나영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키움증권은 특정사업에 대한 편중이 과한 점은 사업포트폴리오상의 약점으로 거론되지만 최근 상품운용과 IB부문의 수익비중이 확대됐다”면서 “지난 2014년 80%를 넘던 위탁매매 수익비중이 지난해 66.5%로 감소했고 상품운용과 IB 부문의 비중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증권업계에서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15년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5485만8494원이었으나 지난해 말에는 4642만9047원으로 줄었다. 가장 많은 연봉을 제공하는 NH투자증권(1억100만 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증권사 최장수 CEO 타이틀
유상호 사장은 2007년 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현역 금융 CEO 중 ‘최장수’ 타이틀을 갖고 있는 전문경영인이다.
유 사장은 2007년 당시 47세라는 나이로 한국투자증권 사장에 취임, 증권업계 최연소 CEO로서 자리잡았다. 국내 주요 기업 전문경영인의 평균 재임 기간이 약 3년인 것을 감안하면, 회사에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유 사장은 지난해 연임으로 10번째 연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가 취임한 이래 한국투자증권은 2008년 10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이후 꾸준히 흑자를 냈다. 올해 1분기에도 한국투자증권은 전년동기 대비 104.41% 증가한 120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증권사 중 최고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유 사장은 지점수를 가장 많이 축소한 CEO 중 한명으로도 통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분기 88개의 지점을 갖고 있었으나 올해 1분기 78개로 10곳 줄어들었다. 또한 그는 2016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정규직을 감축하고 계약직을 크게 늘였다.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 2008년 이후 흑자 행진 지속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도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과 함께 장수 CEO로 꼽힌다. 김 사장은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8년 간 흑자 행진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18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김 사장은 4연임에 성공, 오는 2018년까지 교보증권을 이끈다. 김 사장은 IB본부장을 지내는 등 IB부문의 전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다만 교보증권의 경우 우발채무가 높다는 것이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3월말 기준 우발채무는 총 995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31.2%다. 한국기업평가는 “우발채무가 단기성 채무 성격인 점과 높은 PF 집중도를 고려할 때 부동산 업황 저하, 시공사 신용 하락 등 유동성 대응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바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최희문 사장 취임 이래 성장 가속화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2010년 최희문 대표가 취임한 후 급격하게 성장했다.
최 대표 취임 첫 해인 2010년 당기순이익은 255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순이익은 2538억원으로 10배 정도증가했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도 808억5500만원으로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또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7.2%로 증권업계 1위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강점 분야인 부동산 등 기업금융(IB)부문과 트레이딩부문이 1분기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또한 메리츠종금은 3조원까지 자기자본 확충에 성공함으로서 IB(종합금융투자사업자) 대열에 들어선다. 메리츠종금은 지난달 말 7000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하는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다만 메리츠종금의 경우 부동산 금융 집중도가 높은 점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총자산 대비 대출채권 비중이 높은 가운데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규모도 과다한 수준이 지속되고 있어 리스크 관리 강화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 실적 부진 속 입지 여전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은 증권업계 장수 경영인 가운데 실적면에서는 가장 부진하다. 동부증권의 실적은 지난 2010년 취임 당시 고 사장이 밝힌 “증권업계 7위권 도약할 것”이라는 포부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손익 폭이 둘쑥날쑥하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흑자를 이어오다가 2013년 적자로 돌아섰다. 이듬해 2014년 흑자로 전환했으나 2015년에 또다시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64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올해 1분기 94억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지난해 순이익도 개별기준으로 보면 3억원에 불과했다. 또한 올해 1분기 손실 대부분은 동부증권(101억원 적자) 자체 부진 때문이다. 게다가 고 사장은 지난해 회사의 자금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혐의(배임)로 검찰조사를 받은 바 있다.
고원종 사장의 눈에 띄는 성과로는 직원 임금 삭감을 들 수 있다. 그는 2010년 취임 이후 올해 초까지 임금 삭감 성과급 제도를 활성화시켰다. 삭감 폭도 갈수록 늘어 올해 초까지 C등급으로 분류되는 직원들은 70% 임금이 삭감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노동조합이 설립되고 여론에 뭇매를 맞으면서 그는 직원 임금 삭감폭을 30%로 대폭 줄였다.
그럼에도 고원종 사장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 사장은 그룹 내부(오너가)의 신망은 두텁다”면서 “결국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에 신뢰를 받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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